추리소설 마니아들의 핫 플레이스는?

입력 2016-09-17 14:01


(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서울 대현동 신촌기차역 주변 골목에는 ‘수상한’ 서점이 있습니다. ‘미스터리 유니온’이란 이름의 책방인데 서가에 꽂힌 책들이 전부 추리소설입니다. 서가 왼쪽에는 국가별·작가이름 순으로 책들이 꽂혀있고, 오른쪽에는 매달 테마에 따라 표지가 보이도록 책을 진영하고 있습니다.

이달의 주제는 ‘아트 앤 미스터리 (Art&Mistery)’입니다. 미술가나 박물관, 건축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대략 1600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있어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니아들에게 ‘성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연 주인은 한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유수영씨(52)입니다. 유씨는 지난 6월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접고 이 곳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셜록 홈즈 소설에 열광하며 꾸준히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보니 가게를 차릴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추리소설 번역가들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미스터리유니온 외에도 전문서점들이 신촌기차역 주변에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시집 전문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이 문을 열었습니다. 시인 유희경씨(36)가 주인입니다. 위트 앤 시니컬은 카페 내 서점입니다. 음반사 파스텔뮤직이 운영하는 ‘카페 파스텔’이 홍대 앞에서 이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때에 맞춰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씨는 “매주 목요일 저녁 시 낭독회와 음악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며 “방문한 시인들이 직접 자필 사인을 시집에 남겨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문을 연 ‘문학다방 봄봄’도 눈에 띕니다. 문학 낭독 모임 회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 가게에선 가볍게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부근인 신촌기차역 주변은 상권 쇠퇴로 상인들이 줄줄이 떠나던 곳입니다. 한때 공실률이 7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싸져 이같은 전문서점들에게는 ‘기회의 장소’로 떠올랐습니다. 미스터리유니온의 유수영씨는 “이대 앞 메인골목은 중국인 관광지로 떠올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뒷골목이 주변 신촌 대학생들이 찾기도 좋고 임대료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습니다. 유희경 시인 역시 “이대 주변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철저히 임대료를 계산에 넣었다”고 했습니다.

전문서점들이 늘면서 몰락한 동네서점의 가능성을 열고 ‘먹고 마시는’ 대학가 문화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특이하거나 사소한 책에 끌린 젊은이들이 일정한 구매력을 갖춘 하나의 집단을 갖추고 있고, 그에 호응하는 작은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수영씨는 “신촌에 추리소설 서점을 비롯해 동물전문 서점, 어학공부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전문서점이 모인 집합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동네서점의 새로운 ‘부활’을 꿈꿔봅니다. (끝) / 3code@hankyung.com

모바일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