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정윤도 역 윤균상 인터뷰
"묘한 얼굴, 강점이라 생각…다양한 역할 욕심"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는 묘한 얼굴. 배우 윤균상(30)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갛게 웃자 이제서야 안심이 된다. 굉장히 인상의 '간극'이 큰 배우다.
윤균상은 2012년 SBS 드라마 '신의'에서 '덕만' 캐릭터를 통해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 4년. 그동안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20%를 넘는 시청률로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닥터스'의 윤균상을 이제서야 만날 수 있었다.
'닥터스' 이전의 윤균상은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주인공 최달포(이종석)의 형 기재명 역으로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심성 착한 인물에서 살인까지 해야만 하는 야누스적인 면모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너를 사랑한 시간', '육룡이 나르샤'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윤균상은 겸손하게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닥터스' 종영 후 그는 양껏 자고, 먹고 마셨다. "현상 스태프, 배우들과 이별한 募째?꽤 힘들었어요. 현장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전라도 출신인데 혼자 올라와 살다보니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쉽게 느껴져요."
"무사 무~~휼"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육룡이'에서 윤균상은 조선 제일검 무휼 역으로 액션까지 선보였다. 한 달을 쉬고 바로 '닥터스'라는 현대극 주연을 맡게 됐지만 전혀 이질감은 없어 보였다. 친구들과 소박한 술자리를 좋아해 찾은 단골집. 일면식 없는 손님이 "무휼에게 계란말이 대접해 주고 싶다"라며 인사를 건네자, 그제서야 자신의 '인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단다.
"저는 운이 되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갑동이'라는 작품을 하고, 감독님 덕에 '피노키오' 오디션을 받고. '육룡이'에 이어 '닥터스'까지 하게 됐죠. 운도 좋고 인복도 있는 것 같아요. 이 바닥에 많은 배우가 데뷔하고, 좌절을 하게 되는데, 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기회를 갖게 되고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배우들에 대한 질문에 아쉬움이 푹푹 묻어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해바라기'때부터 김래원 형 팬이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했어요. 되게 '센' 분이 아닐까 하고. 워낙 대선배이기도 하니까. 이제서야 정들고 편하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프네요."
'닥터스' 방영 초반 김래원, 박신혜라는 안정적인 연기자들 사이에서 윤균상과 이성경의 연기 지적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종영까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하면서 박수를 받고 브라운관을 떠나게 됐다.
"그런 반응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었죠. '믿었는데 왜 그래?'같은 것 보다 '어? 윤균상 좀 잘했다'라는 반응을 듣는 것이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신인 연기자로서 쾌감을 느꼈죠. 정윤도는 한두 회 정도 까칠하다가 귀여워지고 허당스러운 매력들을 어필할 수 있다보니 피드백이 바로 왔어요. (이)성경이는 모든 갈등을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이죠. 캐릭터 자체가 미움을 살 수밖에 없어요. 대견하게 잘해냈다고 생각해요."
방영 도중 박신혜의 네일아트 논란이 불거졌다. 의사 역할에 맞지 않은 화려한 네일아트로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고 지적받은 것. 박신혜는 "콤플렉스를 감추고자 한 부분"이라면서 "단정한 손톱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균상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자 배우다 보니 여배우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느꼈다"라고 말을 아꼈다.
윤균상은 박신혜와는 '피노키오' 이후 두 번째로 작품을 통해 만났다. '피노키오' 출연 당시와는 윤균상의 입지는 무척이나 달라졌다. 그는 박신혜에 대해 '정말 의지했던 친구'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닥터스'에는 매회 카메오의 향연이었다. 배우 한혜진을 비롯한 선 굵은 연기력의 명품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 윤균상은 "남궁민 선배의 역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고 개인적인 소감을 전했다.
"남궁민 선배가 옥상에서 소리 없이 몸부림치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어요. 대사도 너무 슬펐지만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죠. 사실 카메오분들 중에 탐나는 역이 있었어요. 바로 조폭 두목 역이죠. 이기우 형이 너무 멋있어서, 내가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멋있고 싶거든요. 하하."
지금까지 윤균상은 신예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냈다. "얼굴이 묘하단 소리를 좀 들어요. 어떻게 보면 나쁜 것 같기도 한데, 배우로서는 좋은 말 같네요. 서늘하면서도 개구진 모습까지 양면성이 있죠. 조금만 노력하면 온도 차가 확연히 보이는 게 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사이코패스부터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사랑을 듬뿍 주고 받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까지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 가리지 않아요. 대본이 좋은 작품이고, 내가 잘해낼 수 있는 역할이라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금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는 기분 좋은 부담이라고 생각해요. 섣불리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모두가, 그리고 나 자신이 인정해 주는 순간이 오면 그때 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조연이라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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