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금감위' 부활할까

입력 2016-09-13 19:18


(이태명 금융부 기자)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구조조정 실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곳은 금융위원회입니다.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문제를 처리하느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금융위를 둘러싼 바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바깥은 정치권, 그 중에서도 야당입니다. 야당이 ‘구조조정을 잘 못한다’고 금융위를 공격하느냐고요? 그 문제도 있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야당 일각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국민 입장에선 전혀 관심이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에는 ‘밥줄’이 달린 문제입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을 지폈습니다. 더민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의 골자는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 금융산업 진흥정책과 금융회사 감독기능을 따로 떼어내자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핀테크 등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금융회사의 잘잘못을 감시·감독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는 게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융감독원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바꾸고,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 금융회사 감독기능을 여기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합니다. 금융위의 또 다른 역할인 금융산업 진흥정책은 기획재정부에 넘기거나 ‘금융부’ 등 새 부처를 신설해 맡기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런 주장은 최 의원이 연 세미나에서만 나온 게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야당 경제통인 김진표 의원도 지난 8~9일 열린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서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에서 분리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금융위 체제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총괄하지 못하니 산업진흥정책만 놔두고 감독기능을 따로 떼어내자는 얘기입니다.

야당에서 나오는 일련의 애기들을 종합해보면 ‘10년만에 금감위가 부활할 것이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금감위는 1998년 신설됐던 조직입니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감독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분산돼 있던 감독기구를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고 금융감독원의 상위기구로 금감위를 뒀습니다. 이헌재 씨가 초대 금감위원장입니다. 금감위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외환위기로 곪아터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금감위가 총괄했기 때문이죠. ‘금감위의 칼춤’에 사라진 대기업도 여럿 나왔습니다.

10여년간 유지됐던 금감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졌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재정경제부의 금융산업 진흥정책과 금감위의 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금융위를 다시 금감위로 바꾼다면, 금융위 간판이 10년만에 금감위로 다시 바뀌는 것이 됩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즉 금감위의 부활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일단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 같습니다. 대선까지는 1년 더 남은 터라 아직까지 금융위 공무원들은 이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 고위 공무원은 “지금은 모든 관심이 구조조정에 쏠려 있어서 (그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내년엔 금융위의 최대 관심사가 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끝) /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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