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3일(17: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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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가 끈질긴 구애 끝에 국내 4위 택배업체인 로젠택배의 새 주인이 됐다. 막판에 인수전에 뛰어들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은 실사도 끝내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이날 로젠택배 지분 100%에 대한 주식 매매계약(SPA)을 기존 주주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와 체결했다. 매각 가격은 3000억원대 초중반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JP모간이 주관했다.
CVC는 올해초부터 진행된 로젠택배 매각 초기부터 인수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매각측이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탈락했다. 독일 DHL, 미국 UPS 등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에 비해 낮은 인수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선정된 이들 SI와 토종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실사 과정에서 인수를 포기하면서 1차 매각 작업은 무산됐다.
베어링은 매각이 무산되자 蓚耽彭?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1~2년 후에 재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임석정 CVC캐피탈 한국 총괄 회장이 여전히 인수 의향이 남아있다는 뜻을 전하면서 매각 작업이 재개됐다. JP모간 한국 대표 출신인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CVC캐피탈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한 건의 투자도 성사시키지 못해 로젠택배 인수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매각 측이 또 다른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끌어들이면서 매각은 두 사모펀드 간 2파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어피너티는 실사 과정에서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져 CVC의 인수 성사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막판 변수가 생긴 건 지난달 말 칼라일이 인수전에 추가로 뛰어들면서다. 칼라일이 실사에 들어가자 임 회장은 매각 측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VC와 베어링은 긴 물밑협상 끝에 이날 거래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반면 칼라일은 정해진 실사 기간(한 달)을 채우지도 못하고 인수전에 뛰어든지 3주만에 허탈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이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실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며 "실사 작업을 끝내기도 전에 새 주인이 결정된 탓에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경쟁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 끌어들인 들러리)였던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로젠택배는 홍콩계 PEF 운용사인 베어링PEA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택배회사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CJ대한통운 등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와 달리 화주와 개별 택배 영업주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업구조다. 베어링은 2013년 미래에셋PE로부터 로젠택배를 158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KGB택배 지분 75%를 250억원에 사들여 양사를 통합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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