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내진설계 기술
좌우진동에 맞춘 공법서 상하좌우 하중 견디는
첨단 설계기술 도입 잇따라
롯데타워 '죽부인식 구조물' 초당 80m 강풍에도 대비
[ 윤아영 기자 ]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국내에 중소 규모 지진이 빈발하면서 내진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대 연평균 35건이던 건축물 방진(내진 포함)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2010년 이후 최근 6년간 연평균 94건으로 급증했다. 내진설계는 건물이 지반운동에 의해 생기는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强度)와 지진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성(延性)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설계다.
종전엔 지진의 좌우진동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건물 내부의 보와 기둥 단면을 크게 설계하는 내진구조를 주로 적용했다. 그러나 일본 고베 지진처럼 상하로 진동하는 지진이 늘어나면서 건축 공법도 달라지고 있다. 지반과 건축물 사이에 탄성체 등을 넣어 지반으로부터 전달되는 지진 진동을 줄이는 ‘면진구조’와 지진 진동에 반대의 힘을 가해 지진의 강도를 상쇄시키는 ‘제진구조’가 더해지고 있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는 이런 공법을 활용해 중층 아파트 등이 무너질 수 있는 규모 9의 지진뿐만 아니라 순간 최대풍속 80m/s의 강풍을 이겨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건물 중심부의 코어월(corewall·중심벽)과 8개의 ‘메가기둥’은 건물 뼈대 역할을 하며 지진의 좌우운동으로 인한 수직 중력을 지탱한다.
면진설계 방식인 아웃리거(outrigger·횡력 저항 시스템)와 벨트트러스(belt truss·건물 외곽 기둥 연결시스템)는 건물 40층마다 한 개씩 설치돼 코어월 및 메가기둥들을 묶어 벨트 역할을 해준다. 이 두 구조물은 타워크레인이 무거운 자재를 들 때 하부에 보조 다리를 둬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최상층 첨탑부까지 120m 높이에 달하는 초대형 다이아그리드(dia-grid·삼각 형태의 자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구조) 구조물을 설치해 기둥 없이 건물의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했다. 다이아그리드는 댓살을 교차해 만든 죽부인과 비슷한 원리다. 내부가 빈 죽부인은 사람이 베고 누워도 구조를 유지하는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최신 공법은 일반 아파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진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는 규모 6 정도의 지진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면진·제진구조가 적용되면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T아파트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진설계가 도입됐고, 부산의 C아파트와 서울의 G아파트에는 최신 제진장치 등이 설치됐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