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반성문…"과거 성공에 안주했고 세계 최고라 착각했다"

입력 2016-09-13 16:12
수정 2016-09-14 05:27
박철호 플랜트사업본부 대표


[ 도병욱 기자 ]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 담당 수장이 소속 임직원에게 “과거의 성공에 안주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착각했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보냈다.

박철호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 대표(사진)는 13일 임직원에게 “최근 경영현황 악화와 더불어 우리 사업본부가 비전을 잃고 있고, 임직원 여러분의 사기와 의욕도 크게 떨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서한을 보냈다.

박 대표는 “우리 사업본부는 1975년 보일러 제작사업으로 시작해 그동안 큰 성장을 거듭해왔고, 중동 지역에서 많은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고, 조선 등 주력 사업의 성과에 묻혀 최근까지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급기야 2013년 이후 무리한 저가 수주 및 과잉 수주로 큰 위기에 빠졌고, 회사 전체의 재무건전성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며 “진행 중인 대형 발전공사에서 추가 손실 우려가 남아 있고, 시장 상황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역량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우리 동료와 선후배가 여태까지 노력하며 쌓아온 사업실적과 경험을 다 버리고, 아무 노력 없이 이대로 사업을 접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부족한 역량을 인정하고 이를 메워줄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며 “우리 모두 회생과 재도약을 위해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는 화공플랜트 등 육상플랜트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제다사우스, 슈퀘이크 등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이들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경영 성과가 악화됐다. 2014년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분기에도 전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1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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