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 >
1948년 미당 서정주(徐廷柱) 시인이 발표한 시집이 있다. 《귀촉도(歸蜀途)》라는 이름의 이 시집에 등장하는 대표 시가 ‘귀촉도’다. 글자 그대로 풀면 ‘촉(蜀)나라로 돌아가는(歸) 길(途)’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새김은 소쩍새다.
나라와 제가 돌아갈 곳을 잃고 울다가 죽은 옛 촉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 그 넋이 환생한 새는 “촉으로 돌아가자”며 매일 슬피 울었단다. 그가 토한 피는 진달래꽃으로 피어났다고도 한다. 새는 결국 한자 이름이 두견(杜鵑)인 소쩍새로 변했고, 진달래꽃은 그 이름을 닮아 두견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설화의 한 토막이다.
그런 옛 촉나라 땅은 지금 어디인가. 시인 서정주는 ‘귀촉도’라는 시에서 “흰 옷깃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신 오지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라고 했다. 그가 말한 ‘파촉’은 오늘날 중국 서남쪽 ‘서부 대개발’의 한 축을 형성하는 바로 쓰촨(四川)이다.
한반도 남쪽 크기의 최대 직할시
그 쓰촨 땅을 대개는 ‘파촉’으로 통칭했지만, 실제 파(巴)와 촉(蜀)은 사뭇 달랐다. 오늘 소개하는 충칭(重慶)이 바로 앞의 ‘파’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뒤의 ‘촉’은 위에서 소개한 망제 두우의 전설이 이어져 오다가 종내는 유비(劉備)와 관우(關羽)가 등장하는 《삼국지(三國志)》 역사 무대의 영향으로 완연한 중국인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충칭은 인구 3016만명의 중국 최대 직할시다. 크기로 따지면 8만2000여㎢에 이르러 한반도 남쪽의 한국 크기에 육박한다. 원래는 쓰촨에 속해 있었지만 1997년 쓰촨 동쪽 지역을 나눠 충칭직할시로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충칭이 대표하는 ‘파’의 원류는 깊은 협곡, 많은 강줄기, 구름과 안개를 우선 떠올리게 하는 지역이다. 중국 최대 댐이 들어선 싼샤(三峽)라는 협곡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바산(巴山)’이 대표적인 경우다. 늘 운무(雲霧)가 끼는 곳이어서 낭만의 정서가 퍽 짙다. 당나라 유미(唯美)파 시인인 이상은(李商隱)이 ‘바산에 내리는 밤비(巴山夜雨)’를 노래해 꽤 유명하다.
이 ‘바산’은 산맥이기도 하다. 중국 산시(陝西)에서 뻗어 쓰촨의 동쪽, 후베이(湖北) 일대에 퍼져 있는 산의 흐름이다. 험한 산지, 그 깊은 협곡을 흐르는 강, 늘 자욱한 구름과 안개 등이 이곳 바산의 대표적 풍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충칭 또한 안개와 구름의 도시다. 도시 자체가 높은 산지를 끼고 있어 산청(山城)으로도 적지만, 안개의 도시라는 뜻으로 우두(霧都)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흐르는 자링(嘉陵) ??원래 이름인 (유)를 붙여 바위(巴) 또는 위두(都)라고도 한다. 산 위에 들어선 도시라 다리도 많다. 그래서 붙은 별명은 차오두(橋都)다.
맹렬하고 용감한 충칭인 '巴將蜀相'
충칭의 한자 이름 重慶(중경)은 ‘경사가 겹쳤다’는 뜻이다. 유래는 이렇다. 남송(南宋) 때인 1189년 이곳에 머무르던 황제 효종(孝宗)의 아들 조돈(趙惇)이 왕으로 봉해졌다가 다시 황제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그에 따라 현지 사람들이 이를 “겹친 경사(雙重喜慶)”라 표현했고, 이곳은 그 후 중경부(重慶府)라는 이름을 얻어 승격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많은 물길에 협곡, 이어 깊은 산지(山地)가 이어지는 이곳 巴(파) 지역 사람들의 성정은 낭만적이며 용감함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옛 쓰촨의 동쪽인 파에서는 장군이 나오고, 서쪽인 촉에서는 재상이 나온다(巴將蜀相)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질은 맹렬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이 지역의 대표적 음식이 마라훠궈(麻辣火鍋)다. 아주 맵고 얼얼한 뻘건 육수에다가 고기와 채소 등을 데쳐 먹는 음식이다. 우리에게도 퍽 잘 알려진 음식이다. 수도인 베이징(北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인구와 물산이 밀집하는 곳이라 정치적인 주목도도 매우 높다.
이제 巴(파) 지역의 맹렬한 문화적 풍토를 기반으로 이곳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서부 대개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마라훠궈의 얼얼함을 즐기는 사람들, 그로부터 뻗치는 서부 대개발의 기세가 어떨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유광종 <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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