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으로 돈 굴리는 정부 산하기관도 꽂혔다…'로보어드바이저 펀드'에 첫 투자

입력 2016-09-12 17:30
과학기술인공제회, 쿼터백자산운용에 100억 투입


[ 김우섭 기자 ] 운용자산 3조5000억원의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정부 산하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로봇이 굴리는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열풍과 함께 주목받은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 업체들이 일반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자금까지 받으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쿼터백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지난 9일 결정했다. 매년 정부 감사를 받기 때문에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연기금·공제회가 로봇이 굴리는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용 기간은 최소 1년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수익률 추이를 보고 추가로 자금을 넣기로 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키움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공모펀드를 내놓은 운용사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설정되는 펀드에선 레버리지·인버스 ETF, 채권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예정이다. 양신형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한 국가의 경제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겠다고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공모펀드를 처음 출시한 쿼터백자산운용은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쿼터백글로로보어드바이저 펀드(채권혼합형)’는 설정 이후 지난 9일까지 4.18%의 수익률을 올렸다. 686개 해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0.37%)보다 4.55%포인트 높다. 국내 530개 주식형펀드의 연초 평균 수익률(-2.09%)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활동 영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쿼터백자산운용이 첫 공모펀드(지난 9일 기준 설정액 295억원)를 출시한 데 이어 NH-아문디자산운용이 디셈버앤컴퍼니와 손잡고 국내 2호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를 지난주 내놓았다.

쿼터백자산운용은 지난달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사모펀드를 내놓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13일까지 모집 예정인 이 펀드엔 12일까지 60억원 정도가 몰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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