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채 발작,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입력 2016-09-12 09:51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9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에 대한 실망감,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의 잇따른 금리인상 지지 발언으로 주요 선진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과 유사한 ‘국채 발작’ 현상이 심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졌다. 문제는 채권시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국채 발작’ 현상이 2013년과 같은 ‘긴축 발작’ 혹은 혹은 연초의 금융불안과 같은 사태를 재연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로는 ECB의 통화정책 여력이나 미 Fed의 더딘 긴축행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우선, ECB는 궁극적으로 추가 부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현 국채매입 조건 등으로는 현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는 다소 안정을 회복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리스크에서는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ECB의 추가 부양책 실시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미 Fed의 긴축행보 역시 빠르게 진행될 여지는 낮아 보인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높아 보이지만 추세적 흐름을 장담하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자산시장 과열 현상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산가격의 급락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 금리인상은 필요해 보이지만 빠른 긴축행보로 인한 자산시장 충격과 이로 인한 경기 재침체 위험을 피해가기 위해서도 긴축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2013년 긴축발작과 연초 금융시장 혼란 당시와 비교해 또 다른 차이점은 중국 리스크이다. 최근 중국 금융 및 경기지표 등을 종합해볼 때 큰 틀에서 ‘L자형 경기사이클’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은 달라진 부문이다. 이는 소위 ‘국채 발작’에도 이머징 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경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는 근거로는 우선 낮아진 신용위험을 들 수 있다. 지난해말과 연초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경제가 부채 위험에서 비롯된 신용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이러한 부채 리스크가 다소 해소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목표수준에는 못미치고 있지만 구조개혁과 부실채권 정리 등을 통해 신용위험을 크게 낮춘 상황이다. 경기둔화 리스크(Downside Risk) 역시 크게 완화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국 추가 금리인상에서 결국 촉발되고 있는 ‘국채 발작’ 현상을 당분간 피하기 어렵지만 이는 미국 통화기조 변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과도기 반응 혹은 일시적 흡수과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채 발작’ 현상이 13년 ‘긴축발작’ 이나 연초 이머징 금융불안 현상을 재연시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리상승에 비롯된 글로벌 자금의 미니 로테이션, 즉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이동 현상은 본격화될 수 있음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shpark@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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