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차선 끼어들기, 귀성길 '유령정체' 원인

입력 2016-09-11 19:29
급정차·감속·차선 변경 땐 뒷차 속도 역시 급격히 감소
교통정체 '나비효과' 일으켜

차량 정체 62% 비때문에 발생
비오는 날 속도 줄이면 도로에 자동차 달릴 공간 적어져


[ 박근태 기자 ] 해마다 추석이면 고향 갈 즐거움에 마음이 들뜨지만 대다수 운전자는 걱정부터 앞선다. 올해도 귀경길·귀성길 차량 정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공공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2006~2015년 교통량이 가장 많은 때는 설 연휴보다는 추석 연휴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27일에는 하루 교통량이 526만7430대로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차량이 도로에 쏟아져 나왔다. 차량 정체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량과 도로 사정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운전자 습관과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누군가 작은 행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은 뻥 뚫린 고속도로가 아무런 원인 없이 갑자기 막히는 ‘유령정체’의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운전자 대부분이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이보다 브레이크를 좀 더 밟아 속도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뒤차가 속도를 더 줄이고, 그 뒤차가 더 속도를 줄이면서 줄줄이 멈춰서는 연쇄효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몇 분 내 구간에서 맨 뒤에 있는 차량이 거의 멈춰 서게 된다. ‘반응 시간 지체’로 불리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완만한 경사길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부 과학자는 운전자 심리에서 정체 원인을 찾았다. 니시나리 가쓰히로 일본 도쿄대 교수는 보통 때는 추월 차선을 달리는 게 빠르지만, 정체 시에는 주행차선이 약간 더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도로에 차량이 적을 때는 대부분의 차가 교통법규에 따라 주행차선을 달리지만, 차량이 늘어나면 주행차선을 달리는 차량이 줄고 추월 차선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차량 간 거리가 줄면 운전자는 추월 차선으로 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월 차선으로 차량이 몰리면서 결국 차량 정체로 이어진다.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심리도 정체를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1999년 차량 정체가 심한 2차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영상을 찍어 분석했다. 실험에 참여한 상당수 운전자는 자신이 다른 차를 추월할 때는 몇 대 차를 추월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다른 차가 추월할 때는 자신의 차량이 뒤처진다고 느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런 심리를 빗대 ‘손실혐오’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4~18일 추석 연휴 기간 제주를 제외한 전국은 구름 낀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잠시 소나기라도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차량 정체 62%가 비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비가 오면 뻥 뚫린 도로에서도 평소보다 차량 속도가 8~12%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손영태 명지대 교수 연구진은 국내 4개 고속도로 구간에서 시정거리에 따른 속도를 분석한 결과 시정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속도 감소율 증가폭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정거리가 줄면 운전자들은 앞차와 차간거리도 평소보다 넓힌다. 그만큼 차량이 달릴 수 있는 도로 공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비가 오면 맑은 날씨 때보다 도로 용량이 85%로 떨어진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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