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 청문회 '부실 마감'
법정관리 신청 9일 전 "회사 믿고 짐 실어라" 편지
최은영 "우리도 당했다"
[ 이태명/은정진 기자 ]
9일 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앞두고 있던 한진해운의 무책임한 행태가 다시 지적됐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도 화주들에게 ‘모든 것을 믿고 화물을 실어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언자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유수홀딩스 회장)으로, 그는 “우리 화물도 실려있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법정관리 하루 전까지 화물을 선적한 한진해운 행태를 전직 경영인으로서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하자 “나도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9일 전인 지난달 22일 유수홀딩스 등 화주들에 보낸 편지(사진)를 공개했다. ‘언론의 법정관리 가능성 보도 관련’이란 제목이 붙은 이 편지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영업본부장 명의로 발송됐다.
한진해운은 편지에서 “경영 정상화 조건 대부분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자구안도 9월4일 이전에 제출하기 위해 채권단과 조율 중이다. 대부분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협상 타결이 임박했으며, 자구안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회장은 “(편지는) 한진해운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회사를 믿고 짐을 실어달라는 취지”라며 “(편지를 받고 난 뒤) 유수홀딩스 계열 물류회사에서도 1600개 컨테이너를 한진해운에 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진해운이 편지를 보내고 며칠 뒤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해서 나도, 우리 직원들도 너무 놀랐다”며 “편지를 받고 짐을 선적한 사람(화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일(8일)에 이어 이날 한진해운의 무책임을 성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한진해운이 화물을 실었다”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은정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