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핵도박'] '예측 불허' 김정은의 핵 집착…혈맹 중국 경고도 안 먹혀

입력 2016-09-09 17:31
사전예고 없이 또 기습 핵실험

SLBM·탄도미사일 등
집권 5년간 30여발 도발
불충에는 가차없는 '피의 숙청'


[ 유승호 기자 ]
김정은은 집권 이후 측근 인사들을 연이어 숙청하는 ‘공포 정치’를 하고 맹방인 중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예측불가능한 행태를 보여왔다. 9일 5차 핵실험을 기습적으로 감행한 것도 이 같은 돌발 행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 때까지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하며 긴장을 높였다. 그러나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이번엔 이 같은 사전 예고가 없었다. 4차 핵실험 땐 혈맹인 중국에도 알리지 않았다. 중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탄도 미사일 도발도 크게 늘었다. 김정은은 집권 5년간 미사일 30여발을 발사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년간 발사한 16발의 두 배다. 올 들어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화성-10)을 여섯 차례나 발사한 끝에 성공하는 집착을 드러냈다. 또 무인기 도발(2014년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실험(2015년 5월), 목함지뢰 도발(2015년 8월) 등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수단을 군사 도발에 동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숙청하는 공포 정치도 점점 도를 더해 가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7월 김용진 내각 과학기술담당 부총리를 총살했다.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엔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 부위원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최영건 내각 부총리 등이 연이어 처형당했다. 김정은은 2013년 12월 자신의 고모부이자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권력 서열 2위였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해 충격을 줬다. 김정은 집권 이후 숙청당한 당과 군의 간부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이 불안정한 권력 기반과 취약한 정통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 인사들에 대해 수시로 강등과 해임, 복권을 반복하면서 내부를 다잡았다. 60세가 넘는 장성들에게 사격 훈련과 행군을 지시하는가 하면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에게는 혁명화 교육을 했다. 이를 두고 “어린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은둔의 지도자’로 알려졌던 김정일에 비해 대외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김정은의 특징이다. 이상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일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김정일은 파격성과 조심스러움이 공존하고 섬세함과 변덕스러움이 드러나는 반면 김정은은 실리추구·추진력·과감함·폭력성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