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본부장급 등 50여명 퇴직
'펀드매니저 요람'은 옛말
올해 들어서만 31명 떠나
엉성한 인사 관리에 핵심 인력 줄줄이 이탈
기관 평가등급도 하락
[ 이현진 / 김우섭 기자 ] 한때 ‘운용업계 사관학교’라 불리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잇따른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부장급 중역들뿐만 아니라 현역 매니저, 리서치, 지원업무(백오피스) 인력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모양새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갑갑한 인사관리에 회의를 느끼는 직원이 많아 앞으로도 ‘도미노 이직’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인력의 잦은 이탈로 기관투자가들이 운용사를 선정할 때 참고하는 평가등급도 하락하고 있다.
◆이직 실태 얼마나 심각하길래…
7일 기업정보서비스업체 크레딧잡이 국민연금 납부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떠난 직원은 31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7월 말 기준 253명)의 12.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퇴사율은 각각 3%, 6%에 그쳤다. 운용업계는 조홍래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초 이후 약 50명이 회사를 그만 ?것으로 추산한다.
우선 올초 이용우 통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컨소시엄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이 퇴임했고, 실물자산운용을 담당하던 서철수 상무는 올해 정기인사 때 회사를 나갔다. 임원급뿐 아니라 현역 매니저들도 속속 자리를 옮겼다. 조홍래 자산배분총괄매니저는 지난해 쿼터백투자자문 이사로 이직했다. 올 1월 김형도 상장지수펀드(ETF)운용팀 차장은 중국 남방자산운용 퀀트투자팀장으로, 4월 김수민 주식운용팀 차장은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팀 과장으로 옮겨갔다.
이 밖에 상당수 젊은 매니저와 리서치 인력들도 국민연금·삼성·KB·키움투자자산운용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력 이탈을 근거로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은 7월 말 한투운용 등급을 최고등급(AA+)에서 AA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다. 운용역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상품심사 등 지원부서 인력 유출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자문사가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관련 인력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한투운용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왜 줄줄이 보따리 싸나
이 회사는 197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투자신탁회사인 한국투자신탁이 전신이다. 지금도 운용사 연기금 등의 CIO에 한투운용(옛 신탁) 출신이 많아 ‘CIO 양성소’ ‘인재의 요람’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신탁 출신인 한 인사는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고 도제식 시스템이 정립돼 펀드매니저 교육이 발달한 조직”이라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 대표 취임 이후 코어운용본부 등 특정 본부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그 밖의 부서에서 이탈자가 늘고, 인사적체가 심해 젊은 펀드매니저들의 동기 부여도 약해졌다는 후문이다. 담당자의 자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작은 부분까지 지시하는 조 대표의 ‘깐깐한’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도 많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비용 줄이기로 성과급(인센티브)을 주지 않거나 운용업무에 꼭 필요한 부분의 예산까지 줄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공무원 조직 같은 분위기라는 단점과 사람을 아낀다는 장점이 뚜렷한 회사였지만 지금은 사람을 비용으로 대하는 조직 문화가 자라나면서 단점만 남고 장점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현진/김우섭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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