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정보도 제공 안돼 '분통'
[ 주용석 기자 ] “내 화물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수출업체 A사 관계자)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으로 제품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화주(貨主)들이 “화물 소재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출기업들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있는 한국무역협회 산하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의 김병훈 물류·남북협력실장은 “화물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운송 대책이나 피해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그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몰라 답답해하는 화주들이 많다”며 “한진해운이 선박 운항 정보와 화물 정보를 제대로 안 주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외 지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류대란이 1주일을 넘어가면서 화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무역협회 산하 화주협의회는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물류대란 해소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화주협의회는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 중단은 우리 해운산업의 국제 이미지 실추와 신인도 저하는 물론 납기 지연, 바이어 이탈 등 중소 수출업계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부와 한진그룹이 책임지고 조속히 물류대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선박 및 화물 정보 공개, 수출 물류 정상화 방안 수립, 대체 선박 확대, 물류대란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화주협의회는 화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김인호 무역협회장이 회장을 겸하고 있다. 회의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화주 대표 14명이 참석했다.
화주협의회는 특히 “연말연시 쇼핑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현재 정부가 발표한 대체 선박 투입만으로는 수출입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물류대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외국 국적 선사와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충분한 선박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은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내겠다고 했는데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정부가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