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갈 길 바쁜 인천공항 발목 잡는 지역이기주의

입력 2016-09-07 17:47
수정 2016-09-08 05:24
"동북아 허브공항 꿈꾸는 인천공항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투자 절실
당장의 세수(稅收) 위한 경쟁력 훼손 안돼"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


인천공항공사의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700억원을 벌어 정부배당금과 법인세로 5000억원 넘게 정부에 납부했다. 지방세 493억원은 인천시 재정으로 쓰였다. 공기업 최고의 재정기여만으로도 ‘국민의 기업’으로 사랑받을 이유다. 최근에는 6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대부분 외국 자본으로 추진될 공항복합도시 개발이 원만히 이뤄지면 직접고용 1만5000명, 연간 관광수입 6조원이 예상된다. 공항과 인접한 송도와 청라, 영종지구의 개발 시너지는 이미 2만명의 고용효과와 각종 사회공헌과 기부를 받고 있는 지역사회에 또 다른 보너스로 보태질 것이다.

그런데 인천공항의 장밋빛 미래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내년 말 완공되는 터미널사업이 제4단계 공항 확충으로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 모두 8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건설투자 재원은 흑자기업인 공항이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여객 수요 증대도 지속돼야 한다. 어떤 이유이건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막대한 투자는 곧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허브 경쟁으로 인해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따라 각국 공항이 수용력 확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인 중국은 베이징공항과 상하이공항이 각각 1억2000만명과 9800만명 규모의 연간 여객처리를 목표로 확장 중이고, 일본은 나리타공항이 전담하던 국제노선을 하네다공항과 분담하면서 인천공항에 빼앗긴 환승객을 대거 흡수해 가고 있다. 제2터미널이 완공돼 2018년부터 늘어나는 여객 수요를 흡수한다고 해도 7200만명에 불과한 인천공항 수용력으로는 공항 혼잡도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사회 협력과 지원도 중요한 성공 조건이다. 인천시 움직임은 공항 경쟁력에 새로운 부담이다. 지방세수를 늘리기 위한 세금 감면 중단이라든지, 세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 등이 우려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시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지역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늘려 가야 하는 것과 달리 인천시는 지원을 중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공항 개발로 인한 재정 부담은 항공기 착륙료와 시설 사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수요자의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객 유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방세를 감면하고 있는 모든 외국 공항들과는 정반대 경우가 된다.

공항은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산업이다.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물류허브를 한곳에 집중해 시너지를 키우는 공항복합도시가 세계적인 조류를 형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과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을 위해 암뵀琉4弑?당국은 세제 감면은 물론이고 투자 유치에도 직접 나서 공항을 30분대로 묶는 다국적 비즈니스허브 구축에 성공했다. 공항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노력의 성과다.

인천공항을 둘러싼 고객 유치경쟁은 이제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 지역 내 공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공항 수용력의 확충과 복합리조트 개발, 가격경쟁력은 미래 공항의 성공 조건이다. 인천공항의 재도약이 순조로울 경우 국가와 지역사회에 막대한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인천공항은 브랜드 가치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단기적 성과의 향유보다는 현안을 공유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갈 길 바쁜 인천공항을 지역이기주의가 발목 잡는 일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사회에 모두 손실이 된다. 지금은 눈앞의 재정흑자를 나눠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항공교통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글로벌 전략이 중요하다. 인천공항이 더 많은 황금알을 낳을 여건을 조성해야 할 때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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