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충기 루프펀딩 대표 "50만원으로도 빌라·상가 투자…연 수익률 18% 거뜬해요"

입력 2016-09-07 16:28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운용

100억원 이하 중소 개발사업
투자자 모아 중금리로 자금 대출
37건 중 5건은 벌써 조기상환

한 번 투자하면 62%가 재투자
온라인 리츠 시장도 진출할 것


[ 윤아영 기자 ] “최소 50만원의 적은 돈으로 빌라·아파트·상가·공장 등 내가 원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골라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수익률이 높다 보니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벌써 회원 수가 2500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부동산 관련 크라우드펀딩 실적 1위를 기록 중인 민충기 루프펀딩 대표(31·사진)는 “누구나 쉽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루프펀딩은 부동산 개발 크라우드펀딩(P2P)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개인투자자 돈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모아 소규모 개발업자들에게 빌려준다. 개발업자에게 이자를 받아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금액에 따라 배분한다. 올 1월 첫 번째 개발사업인 서울 목동 빌라사업 대출펀딩 이후 8월 말까지 37건의 개발사업 펀딩을 완료했다. 한 사업당 4억원에서 12억원까지 소액 투자가 이뤄져 총 216억원의 누적 투자자금을 모집했다.

민 대표는 미국 텍사스주립대를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인 세 명과 함께 루프펀딩을 창업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소규모 개발자금 대출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 시장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루프펀딩의 주요 타깃은 사업 규모 100억원 이하 중소규모 개발사업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규모가 너무 작아 이런 사업에 대한 대출을 꺼린다. 이렇다 보니 개발업체들은 사채를 빌리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대출 이자가 30% 이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민 대표는 “중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주면 개발업체들이 몰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루프펀딩이 후순위로 대출해 주는 돈의 이자는 평균 연 18%대다.

후순위 대출은 사업이 잘못될 경우 손실이 크다는 우려에 대해 민 대표는 ‘성공할 만한 사업’에만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체 알고리즘을 토대로 수요가 있는 지역, 수요가 있는 부동산 개발을 하는 사업자를 먼저 찾아가는 톱다운 방식으로 경쟁력과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프펀딩은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한다. 특정 지역의 인구 유입 여부, 가구 및 연령 구성, 주택 공급 현황, 연소득 수준 등 30여개 변수를 통해 어떤 종류의 건물이 사업성이 있는지 판단한다.

민 대표는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 회사는 대출 요청이 들어온 사업들을 일일이 분석해 펀딩 대상을 선택한다”며 “우리는 먼저 자체 프로그램으로 사업지를 찾고, 이후 사업자가 대출을 원하면 과거 건설 경력 검토와 평판 조회를 하면서 대출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성을 위해 사업자에게서 부동산 매매계약 백지 위임장을 받는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 등을 통해 원금을 회수하는 안전장치다. 자금 관리도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한다.

민 대표는 “한 사람당 평균 500만원의 소액 투자가 이뤄지고, 한 번 투자하면 62%가 다시 펀딩에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라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루프펀딩만의 정책들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사업의 성과도 좋다. 벌써 다섯 건의 사업이 조기 상환됐다. 모두 투자수익률이 연 18%대다. 루프펀딩이 투자한 개발사업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안에 준공이 이뤄지는 소규모 개발사업이어서 자금 회전이 빠르다.

투자 부동산의 종류와 투자 지역도 다양하다. 서울 대치동 빌라, 경기 김포 및 제주 타운하우스, 경기 동탄 지식산업센터, 충남 천안 바이오 공장, 경북도청신도시 업무시설 등 각양각색이다. 민 대표는 “초기에는 안정적인 서울 중심지역 빌라를 선택했지만 높은 수익성을 내기 위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상품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프펀딩은 앞으로 대형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민 대표는 “수도권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직전 단계에서 필요한 브리지론 12억원을 조달했다”며 “규모가 큰 사업들에서도 관련된 의뢰가 조금씩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 대표는 몇 년 뒤에는 온라인 리츠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부동산에 쉽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리츠가 적격”이라며 “미국의 펀드라이즈(Fundrise)처럼 리츠 전문 자산운용사로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미국에서 출발한 펀드라이즈는 온라인 리츠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P2P업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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