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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구마모토성에는 한일 역사가 숨어있다
'土木의 神' 가토 키요마사가 만든 일본 3대 명성
1970년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역사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만 해도 ‘일본’하면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시대만 가르쳤던 것 같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을 이끌고 조선 땅을 침공한 무서운(?) 모습의 왜장들 이름을 열심히 외웠다.
대표적인 왜장인 가등청정, 흑전장정의 이름이 떠오른다. 시험문제에도 여러차례 나왔다. 20여년 전부터 일본에 관심을 갖고 일본어와 일본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틀린 게 많다는 걸 발견했다.
일본 장수들의 이름만 해도 그렇다. 한자명을 그대로 우리식으로 읽고 외우게 했다. 실제 현지 이름이 뭔지, 일본사람들은 어떻게 부르는지 전혀 배운 기억이 없다. 아마도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본어와 일본역사를 연구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초중교 선생님들도 정확한 이름이나 지명을 배울 기회가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등청정(加藤淸正)은 일본식 발음인 ‘가토 키요마사’이고, 흑전장정(黑田長政)은 ‘구로다 나가마사’로 가르치는 게 맞다. 임진왜란 때 가토 키요마사는 2군 병력 2만2800명, 구로다 나가마사는 3군 병력 1만1000명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 한반도로 들어왔다. 이들은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장 총애하던 맹장들이었다.
전국시대의 수많은 무장들 가운데서도 가토 키요마사는 무예와 함께 지략을 겸비한 장수라는 평판을 얻었다. 온천과 자연 풍경이 뛰어난 규슈의 역사 유적지로 유명한 구마모토성을 만든 인물이다. 가토 키요마사는 구마모토 성외에 수많은 성과 건축물을 남겨 일본에서 ‘토목의 신(土木의 神)’으로 불리고 있다.
규슈는 일본의 주요 4개 섬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깝다. 김포나 인천공항에서 1시간 10분 이면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내린다. 벳푸나 구로가와 온천 등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이다.
구마모토성(熊本城)은 일본 전국에서 3대 명성으로 꼽힌다. 성이 장대하고, 매우 아름답다. 흔히 일본사람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본성인 오사카성, 나고야성, 구마모토성을 3대 명성으로 쳐준다.
구마모토성은 가토 키요마사가 임진왜란 후 귀국해서 만든 성이다. 7년간의 공사를 거쳐 1607년 완공했다. 가토 키요마사는 조선 침공 당시 얻은 조선식 축성 기술를 바탕으로 구마모토성을 만들었다. 외부 적으로부터 성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한 철벽 요새이다. 축성 과정에서 조선에서 데려간 전쟁포로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구마모토성은 올 4월 중순 발생한 구마모토지진(최대 진도 7.0) 피해를 받아 성루와 지붕 등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9월 초 한국인 취재기자단에게 성을 안내해준 구마모토성 조사연구센터의 쓰루시마 토시히코 문화재보호주간은 “올 연말까지 피해 상황 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20년간을 목표로 복구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사 유적 복구에 20년 이상을 투자하는 일본인들의 치밀성과 철저함이 엿보인다.
유적지에 숨어 있는 역사를 알면 관광지도 다르게 보인다. 대지진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성에서 한일간 긴 역사가 새삼 떠올랐다. 일본을 알면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더 잘 알 수 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겸 일본경제연구소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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