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아세안 정상회의
"국제법 따라야" vs "당사국 해결"…PCA 판결 수용 놓고 대립
미국 주도 TPP·중국 주도 RCEP, 역내 경제통합 놓고도 눈치보기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역내 현안을 다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회의가 사흘간 일정으로 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막을 올렸다. 이 기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을 포함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 미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까지 포함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도 잇따라 열려 역내 경제통합, 대(對)테러 대응방안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선 세계 최대 경제·외교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이슈를 놓고 아시아 각국의 이해관계와 의견이 쪼개져 극심한 충돌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다. 지난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은 PCA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등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PCA 판결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중심의 ‘국제법파(派)’로 분류된다. 외부간섭 배제와 당사자국 간 자율 해결을 주장하는 라오스, 미얀마 등은 중국 중심의 ‘당사국 해결파’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우발적 충돌을 막는 각국 간 핫라인 설치와 구속력 있는 행동강령(CUES)을 채택하는 대신 역외 국가와 국제 사법기관 등의 관여를 거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회의 주최국인 라오스와 함께 마련 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분냥 보라치트 라오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아세안이 역외국가와의 관계를 ‘아세안의 방식’대로 다뤄야 한다”며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휘둘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베트남 등은 항행의 자유와 PCA 판결 수용 등의 내용이 성명서에 담겨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제법파였던 필리핀은 지난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과의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자원 및 어장 개발 등 실리를 챙기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내 경제통합을 두고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 시기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TPP 의회 비준을 낙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 기간 일본 호주 베트남 등 TPP 회원 7개국 정상과 TPP 발효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RCEP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회원국 간 조율을 서두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대응과 이슬람국가(IS) 및 추종 세력의 테러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집중 거론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 등의 대응 노력이 성명서에 담겨 실질적인 공동 제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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