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FA 장악한 중국 벤처기업

입력 2016-09-06 17:57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 노경목 기자 ]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 전시회장을 발로 뛰며 가장 많이 접한 말은 독일어,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였다. 참가 기업 1818개 중 730개가 중국 기업이어서다. 화웨이, 하이얼, TCL, 창훙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기업도 많지만 이름 모르는 중국 벤처기업들이 더 많았다.

중국 기업들이 모인 25관과 26관엔 15~30㎡의 작은 부스 안에 수백개의 중소 벤처들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 휴대폰 케이스, 충전장치 등 별다른 특징 없는 제품도 많았지만 드론과 스마트홈 센서, 로봇청소기, 3차원(3D) 프린터 등 눈이 휘둥그레지는 혁신제품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중국에 벤처가 많은 배경은 뭘까. 지난 4일(현지시간) 만난 스피커 제조사 싱만스마트텍의 자오리안 대표는 제조업 인프라를 꼽았다. 그는 “중국에선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며 “1980년대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해온 토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회사를 세운 그는 스피커에 동영상 재생 기기를 결합한 신제품을 들고 IFA에 참가했다. 자오 대표는 “전시장을 임차하고 직원 2명을 데려오는 데 10만위안(약 1700만원)이 들었다”며 “일부 성과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수상에서 쓸 수 있는 드론을 생산하는 스웰프로의 차이샤오핑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꼽았다. 이미 두 번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시도한 내용만 괜찮다면 투자해줄 벤처캐피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취업보다는 창업해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중국 젊은이들이 지금도 수많은 벤처를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여전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중국 벤처들을 보니 조만간 전자산업의 주도권도 빼앗길 것 같은 느낌에 등골이 서늘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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