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알차게 불려주는 PB 활용의 정석

입력 2016-09-06 16:36
진화하는 금융권 프라이빗뱅킹


[ 김은정 기자 ] 저금리와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체계적인 자산관리의 필요성에 눈뜨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0.1%포인트의 수익률을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나 일찍, 제대로 자산관리 전략을 세웠는지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재점검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다양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 재테크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도 국민의 재산 증식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정책상품을 잇따라 내놓아 갈수록 재테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의 니즈를 감안해 PB 전략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우선 수억원대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PB 서비스를 중산층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고객 기준을 낮출 뿐만 아니라 단순한 은퇴 설계에서 벗어나 세무·의료·상속 등 PB 서비스 영역도 세분화 및 전문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고객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춘 대중화한 PB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고령화에 따라 늘어난 자산관리 수요와 자산관리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PB 시장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보험회사도 보험상품 판매라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 투자, 위험 관리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뛰어넘어 ‘개인 집사’와 같은 업무까지 도맡는 보험회사도 등장했다. 재산 상속과 건강 관리, 각종 문화생활은 물론 고객 자녀의 취업과 유학 상담, 커플 주선까지 해주고 있다.

PB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점차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복합점포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은행들은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 업무까지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를 앞다퉈 개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은행이 많았지만 소비자의 호응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실적과 경험이 빠르게 쌓이면서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B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인수한 현대증권과 국민은행을 합친 복합점포를 연내 10여곳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그룹도 중장기적으로 복합점포 수를 현재 40여곳에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을 중심으로 복합점포 추가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PB 대중화에 한몫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객 데이터와 금융 빅데이터 등을 분석해 소비자별 투자 포트폴리오와 금융상품을 추천해준다. 기존 PB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낮은 자산 배분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은행과 증권회사는 최근 핀테크(금융+기술) 도입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혼자서 예·적금 상품이나 보험·주식을 고른 뒤 자산을 굴려도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금융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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