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축소 발표에 집값 상승 역효과 판단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택시장 과열 계속땐 더 센 대출억제책 경고
[ 이태명 기자 ] 정부가 지난달 25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을 당초 예정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주택공급을 줄이겠다는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가계대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25 가계부채 대책을 조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금리와 주택시장 활성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금융회사 가계대출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아파트 집단대출을 신청한 개인에 대한 소득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당초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보증을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합해 총 두 건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당초 ‘10월 중 시행’에서 ‘10월1일 시행’으로 바꿨다.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50~80%에서 40~70%로 낮추는 방안의 시행 시기도 11월에서 10월로 앞당겼다. 또 내년 1월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능력 심사평가(DSR)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연내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DSR은 대출 신청장의 가처분소득 중에서 은행대출, 카드론 등 모든 빚의 원리금 상환 예정액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DSR이 높을수록 금융회사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계대출 증가폭이 큰 금융회사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이런 후속대책을 내놓은 건 8·25 대책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택지 등 주택공급량을 줄이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릴 것이란 정부 의도와 달리 시장에선 ‘주택공급 축소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심리가 확산됐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급증하면서 대출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임 위원장은 “8·25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가격 부양 목적으로 마련한 게 아니다”며 “단순히 주택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가계부채와 관련한 추가 비상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해 시장 상황을 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시장 과열 양상이 계속되면 더 센 대출 억제책을 내놓겠다는 경고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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