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한경 9월5일자 A1, 4, 5면 참조). 올 들어 7월까지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562개로 같은 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540개를 훌쩍 넘었다. 나가는 기업보다 들어오는 기업이 훨씬 많아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의 숫자도 1150곳으로 사상 최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정관리 신청 기업이 조선 해운 건설 등에서 전자·통신, 유통·패션, 식음료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5년 내 법정관리 기업이 2000개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법원이다. 도산전문법원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의 법정관리행이 왜 폭증하는지 다각도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로 전 산업 부문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지만 구조조정 방안이 꼭 법정관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구조조정 강도로만 보면 자율협약,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가 더 강하다. 그런데도 법정관리가 급증하는 데는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만 봐도 그런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여기에 ‘기존경영자 관리인제도’ 악용 문제도 없지 않다고 본다.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법정관리를 택하는 소위 ‘모럴해저드’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정관리는 자칫 좀비기업의 피난처로 전락할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시장에서 선제 사업재편이 촉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도입됐지만 과잉공급 상황일 것이라는 제한조건이 붙어 있다. 그러나 과잉공급에 노출될 정도면 이미 때를 놓친 경우이기 십상이다. 기업 간 자유로운 인수합병(M&A)의 길을 터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는 법정관리 중인 기업의 조기 졸업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뭔가 겉돌고 있는 게 분명한 구조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입원실이 만원인 이런 상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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