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소득이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나쁜 일자리’는 줄었다는 분석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적정소득(중위소득의 125%) 이상인 정규직 일자리 비중은 2006년 27.0%에서 2015년에는 34.9%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적정소득 미만의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은 같은 기간 29.8%에서 27.5%로 감소했다.
이는 취업난과 비정규직 증가로 일자리의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사회 통념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원은 일자리의 질이 개선된 것은 근로소득과 직업 안정성이 모두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적정소득 이상 일자리 비중은 32.7%에서 39.9%로, 정규직 비중은 64.5%에서 67.5%로 높아졌다.
이 보고서는 사회 통념 중 상당수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소득 양극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엊그제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2012년 기준)는 44.9%로 미국(47.8%)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 상위 10% 기준이 세전 연소득 4000만원 전후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연봉 1억원 이상의 높은 수입을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지니계수 역시 측정 방법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 현상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숫자나 통계는 분석방법이나 기준, 인용자의 의도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고 편향까지 더해지면 왜곡은 훨씬 심해지기도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숫자와 통계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인들의 손을 거치면 현실이 급기야 지옥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같은 이슈가 모두 그렇다. 단편적인 사실에 흥분해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그게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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