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자산 덩치'부터 키웠다

입력 2016-09-01 19:20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지 1년…국내 보험사와는 '다른 길'

연 2%대 후반 금리 앞세워 저축성보험 판매 크게 늘려
"내실보다 이미지 쇄신 집중"…지급기준 완화로 민원 발생↓


[ 박신영 기자 ]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이 1년 새 무서운 속도로 자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실적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와는 다른 행보다.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인수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 자본이 국내 보험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방보험은 지난 4월 초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35억원(약 300만달러)에 알리안츠 한국법인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맺었고, 5개월여 만인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동양생명의 올 상반기 총자산은 25조41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조4982억원)보다 18%가량 늘었다. 이 같은 자산 증가는 일시납 저축성 보험의 영향이 크다. 일시납 저축성 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월납 상품과 달리 거액을 한 번에 납입하는 상품이다. 동양생명은 일시납 저축성 보험의 한 종류인 양로보험에 주력해 올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어치 팔았다.

이 같은 동양생명의 전략에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비판적이다. 동양생명이 판매한 양로보험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때 연 2%대 후반 이자를 얹어주는 상품인데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이를 보장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상품이 저금리가 지속되는 요즘 생보사들에 역마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생명보험사는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를 거의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양생명 측은 안방보험의 자산운용 노하우와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동양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연 4%대”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안방보험이 국내에 처음 진출하면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내실 강화보다는 규모 키우기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양생명은 소비자 민원 감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민원은 총 49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162건)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동양생명이 보험지급 기준을 완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지난 상반기 지급보험금은 9704억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99억원)보다 600여억원 늘었다.

생보사들은 동양생명의 이 같은 경영전략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양로보험을 대부분 은행 창구를 통한 방카슈랑스 상품으로 파는 등 판매 채널에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보험금 지급 기준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은 “민원 감축을 위해 내부 평가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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