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해운산업] 미국·중국 항구서 한진해운 선박 입항 거부…부산항선 하역 차질

입력 2016-09-01 18:38
해운동맹서 퇴출 '후폭풍'


[ 도병욱 기자 ] 한진해운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서 파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컨테이너선사가 해운동맹에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 지역으로 해운사가 단독으로 운항할 수 없기 때문에 해운동맹 퇴출은 곧 파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 한진해운 혼자서 영업해야 하는데,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도 혼자서는 영업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화주들도 이탈하기 때문에 영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당장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마자 영업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은 선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원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를 가압류했고,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는 한진멕시코호는 운항을 멈춘 상태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한진해운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관리인으로는 현 대표 두 명 중 한 명인 석태수 사장을 선임했다.

이날 부산신항에서 컨테이너를 고정시키는 래싱업체 3곳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작업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래싱은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이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한진해운이 대금을 체불했고, 앞으로 작업 대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했다.

국내 기업들의 물류 마비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한진해운 일부 컨테이너선은 정박하지 않고 당분간 공해상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아 정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의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산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무역업계 영향과 대책’ 보고서를 내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섬유 등 4개 품목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