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는 이미 삼원계 개발 나서
[ 김현석 기자 ]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은 지난달로 예상됐던 중국의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 심사가 늦춰지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언제 인증을 받게 될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고객사의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로 바빠 인증 심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시간 끌기가 본격화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이 올초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삼원계 배터리를 제외하고, 모범기준 인증까지 들고 나서자 자국 배터리업계 육성을 위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추가 인증 작업이 늦춰지자 LG나 삼성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 업체도 혼란에 빠졌다. 인증되지 않은 배터리를 쓰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내년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중국에 출시하려던 현대·기아자동차뿐 아니라 GM 포드 BMW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도 LG 또는 삼성 배터리를 탑재한다. 상하이차 창안차 둥펑차 등 중국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보조금 수령이 확실한 중국산 배터리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최근 중국 장화이자동차(JAC)는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생산을 중단했다.
완성차 고객사가 이탈하면 지난해 10월 완공된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과 삼성SDI의 시안 공장은 가동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배터리업계는 그새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자동차회사들이 중국의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하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정복하려던 한국 기업들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