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단식하듯 소비 줄였다, '빚의 족쇄' 끊기 위해

입력 2016-09-01 17:36
수정 2016-09-02 06:12
나는 빚을 다 갚았다

애나 뉴얼 존스 지음 /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96쪽│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애나는 돈 쓰기를 좋아했다. 완벽한 셔츠나 인테리어 소품을 발견하면 바로 샀다. 겨울이 오면 반드시 새 코트를 하나 장만했다. 독특한 것, 특별한 것, 별난 것을 사랑했다. 그는 스스로를 ‘타고난 소비자’로 여겼다.

그에겐 2500만원의 빚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큰 빚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학자금 대출에 결혼 비용이 대부분이었기에 빚을 정당화했다. 월급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카드 대금과 대출 이자로 빠져나갔다. 마이너스 인생은 끝이 없어 보였다.

《나는 빚을 다 갚았다》는 무분별한 소비로 빚더미에 앉았던 애나 뉴얼 존스가 고질적인 소비 패턴을 고치고 빚에서 탈출한 분투기를 담았다. 애나는 빚에서 벗어나겠다고 열두 번도 넘게 결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1년 동안 필수품 외에는 일체 소비를 하지 않는 ‘소비 단식’으로 빚에서 빠져나왔다. 연봉 3600만원의 법원 서기였던 그는 15개월 만에 빚을 다 갚았다. 플러스 인생으로 바뀌자 직업도 바뀌고 삶 전체?달라졌다.

애나는 어떻게 소비 단식을 실천할 수 있었을까. 우선 기간부터 정했다. 실천할 수 있고 재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1년을 목표로 잡았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구분해 소비 내역을 기록했다. 이 목록은 어디에 돈을 써야 하고, 어디에 돈을 쓰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안내서 역할을 했다. 외식, 커피, 인터넷 서비스 등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과감히 중단했다.

저자는 소비 단식 계획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렸다. 주변 사람에게 알리면 포기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책임감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씀씀이가 확 줄어든 달라진 삶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이해시키는 것도 필요했다.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대신 공원 벤치에서 자신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친구는 테이크아웃 음식을 먹으면서 점심을 해결했다. 애나는 “소비를 줄이는 삶이 결코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빚에서 더 빨리 벗어나기 위해 추가 수입도 만들었다. 돈 쓰기를 멈추니 여유시간이 생겼다. 공예품 만들기, 블로그 운영, 웨딩 촬영 등 특기를 활용해 부수입을 올렸다. 불필요한 물건도 처분해 돈을 모았다.

1년간 소비 단식을 끝낸 뒤 애나는 소비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소비 다이어트는 소비 단식과 비슷하지만 일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빚을 다 갚고 나자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돈을 모으는 데 초점을 돌렸다. 아파트 구입, 남미 여행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돈을 모으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소비 단식으로 빚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원하는 인생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며 “인생을 더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워 물질적인 것 때문에 삶을 낭비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삶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