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강화 방안 쏙 빠진 기상청 '오보 대책'

입력 2016-08-29 18:39
현장에서

오보 방지대책 내놨지만…
기상예보 전문분석관 도입
유능한 자문관 영입 등 발표

'보여주기식 대책' 불과 지적도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4층 대회의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수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대(對)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올여름 장마와 폭염 예보가 잇달아 빗나가면서 국민의 기상 예보 불신을 높인 것에 대한 첫 공식 사과였다. 기상청장이 날씨 오보로 대국민 사과를 한 건 2010년 9월 추석 집중호우 오보 이후 6년 만이다.

고 청장은 올여름 예보가 빗나간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이례적인 기상이변 △수치모델 예측성 저하 △예보관의 경험 부족 등이다. 올여름 15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최악의 폭염이 찾아오면서 기존 수치모델의 예측성이 떨어졌고, 이를 수정해서 정확한 예보를 내놔야 할 예보관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수치모델은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컴퓨터 알고리즘(연산규칙)으로, ‘날씨 방정식’으로 불린다. 슈퍼컴퓨터에 기온, 바람, 강수, 기압 등의 관측값을 입력해 수치모델에 적용하면 미래의 대기 상태를 뽑을 수 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532억원을 들여 새 슈퍼컴퓨터를 가동 중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수치예보모델도 들여왔다. 결국 ‘예보관 역량’이라는 사람의 문제가 올여름 잇단 오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이 이날 내놓은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 대책’의 핵심도 예보관 전문성 강화에 맞춰졌다.

기상청은 △전문분석관 도입 △예보토론회 활성화 △자문관 영입 확대 등을 통해 100명의 유능한 예보관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사흘 미만의 단기 예보와 3~10일 중기예보를 각각 전담하는 예보관을 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문제는 전문성을 어떻게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빠졌다는 점이다. 날씨가 하루이틀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와 중기예보 전담관을 둔다는 것 자체만으로 전문성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기상청이 강조한 예보토론회 활성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내용이다. 이와 함께 유능한 자문관 영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 역시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에 불과하다. 앞서 수도권기상청은 지난 5월 자문관 모집공고를 내면서 최근 10년간 3년 이상 예보 관련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3년가량 예보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인력을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자문관은 월 200만원을 받는 기간제 임시직원이다.

기상청이 이날 내놓은 대책을 무작정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언론이 예보관 역량을 지적할 때마다 ‘예보역량이 우수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기상청이 예보관 전문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는 사실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올여름 오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 기상청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학계와 민간 기상업계, 언론 및 일반 시민까지 참여해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필요해 보인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