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완판단지 34%로 '뚝'…여러채 매입하는 고객도 사라져
넘치는 입주물량도 악재…가격 더 뛰는 아파트와 대조적
[ 조수영 기자 ] 오피스텔이 중도금 대출 규제의 ‘유탄’을 맞고 있다. 한 번에 여러 채를 매입하던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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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곳 중 3곳만 ‘완판’
국토교통부는 분양보증을 받은 신규 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 중 지난달 1일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단지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두 건, 보증액은 수도권·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어 지난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서는 주택금융공사와 HUG가 두 건씩 총 네 건까지 제공한 보증 건수를 통합 1인당 최대 두 건으로 강화했다.
오피스텔은 중복 청약이 가능하고 전매 제한,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鍛淪歐?위해 한 번에 3실 이상 분양받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중도금 대출 보증이 두 건으로 제한되면서 큰손 투자자의 상당수가 오피스텔 분양시장을 떠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오피스텔 계약자를 분석해 보면 여러 채를 분양받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며 “입주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 성적도 나빠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분양된 전국의 오피스텔 142곳 가운데 분양이 완료된 곳은 49곳(34.5%)에 불과하다. 서울은 26곳 가운데 42.3%인 11곳이 분양 완료됐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시작된 7월 이후 분양된 단지의 성적표는 더 나쁘다. 서울에서는 5곳 가운데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청포유’만 분양을 끝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22곳 가운데 ‘여수웅천꿈에그린 1·2단지’만 분양을 완료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그간 오피스텔 공급이 많지 않던 강남에서도 지난달 이후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시행사도 한숨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규제로 중소 시행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이 집단대출을 원하는 시행사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오는 10월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한 시행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위해 지방은행과 협의 중”이라며 “전에는 땅값의 20% 정도만 시행사 부담금으로 제시하면 대출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40%를 제시해도 확답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약한 시행사들은 사업을 보류하거나 택지를 되파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분양가 아파트 및 투기성 분양권 거래를 잡기 위한 규제에 오피스텔이 유탄을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매매 차익이 아니라 임대 수익을 겨냥한 상품”이라며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두 건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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