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W 인재육성, 산학 공생 생태계 정착시켜야

입력 2016-08-28 17:33
"SW가 산업경쟁력 좌우하는 시대
기업·대학 협력해 상생교류 확대
경제 돌파구 열 기술역량 키워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 >


기술 변화에는 늘 큰 위험과 기회가 뒤따른다. 기술이 급변한 1990년대 한국은 아날로그 TV의 최강자 일본 소니를 제쳤고, 최강의 아날로그 휴대폰 메이커인 모토로라를 디지털 기술로 무너뜨렸다. 이런 한국 기업의 성공에는 정부의 선도적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 같은 하드웨어(HW)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가 그 변화의 주인공이다.

SW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끈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 분야만 SW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에는 100개 이상의 칩이 설치돼 있고 각 칩에는 고도의 SW가 들어 있다. 소위 임베디드(embedded) SW다. 각종 부품과 시스템에 설치된 SW가 운전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운전대도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는 일반화되기까지 경제적·법적·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하지만 예상외로 빨리 개발되고 있다.

SW는 금융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핀테크(기술+금융)는 기존 은행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참여자가 거래를 증빙하는 ‘블록체인’이란 플랫폼은 금융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시스템을 뒤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SW 중심 시대에는 인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과거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선도적으로 나서 기업과 경제의 성공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인력 개발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SW 인력 개발에는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과거 대학들은 SW 인재 개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지금은 정부의 SW 중심대학 육성 정책에 힘입어 SW 인재 개발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SW 교육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알파고를 만들려면 바둑전문가가 필요하다. 자율자동차를 만들려면 인간의 생각을 이해하는 심리학 전공자가 있어야 한다. 핀테크도 금융전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둑·심리·금융전문가들이 SW 활용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난감해진다. 이들이 어느 정도 SW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 SW 엔지니어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제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신입생들에게 SW를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은 SW에 대한 이해도 증진은 물론이고 코딩의 문제 해결 사고력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입시전형도 바꿔 SW에 재능을 갖고 있는 학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교수의 업적 평가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교수 업적은 이론 중심의 논문으로 평가했다. 교수들이 학생들 교육에 필요한 SW 개발 지식 습득에 소홀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기업들은 이를 비판해 왔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기업에서 필요한 것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SW 분야 교수가 자신이 낱峠?SW를 깃허브(Github)와 같은 세계적인 SW 개발업체 사이트에 등록하면 논문에 준하는 업적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교수가 연구한 것이 곧 기업에서 필요한 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학 협력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SW업계에는 중소기업과 벤처가 많다. 이들 중소기업과 벤처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학의 학부, 대학원생이 이들 업체가 직면한 문제 해결 과정에 함께함으로써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SW 개발 실무 경험을 갖춘 이들을 산학협력 중점교수로 채용해 학생들을 위한 실무 교육도 강화하는 추세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때다. 한국은 항상 위기를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부, 기업, 대학이 힘을 합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SW 인재 육성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