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을 보건당국이 찾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은 초동대처가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건당국은 민원접수 후 약 35일이나 지난 뒤에야 서울현대의원의 감염원인을 규명하고자 환경검체를 수거했다.
서울현대의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민원신고를 받고도 한 달 이상 지나고 나서야 주사제와 주삿바늘 등 이른바 환경검체를 수거, 검사,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은 2016년 2월19일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의 주사기 재사용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 2월 19~24일 빅데이터를 분석해 복지부에 대면 보고했다.
복지부는 이런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토대로 건보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2월 25~29일 서울현대의원을 현장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현대의원의 생리식염 주사제 분할사용, 주사기 개봉사용, 건강보험 비급여 고지 미흡, 시설용도변경 등은 적발했다.
하지만 이 현장조사에는 감염병 역학조사 전문기관인 질병관리본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연히 집단감염의 원인을 밝힐 환경검체도 수거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후 3월16일에야 질병관리본부에 서울현대의원에 대한 '일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의심기관 현장조사에 따른 역학조사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질병관리본부는 3월 23일에야 비로소 서울시와 서울 동작구보건소에 '일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의심기관 역학조사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 동작구보건소는 신고접수일을 기준으로 35일이나 지난 뒤인 3월24일 서울현대의원을 현장 조사해 사용한 주사제(리도카인·유데론)와 사용한 바늘(7종), 주사기에 담긴 수액제 등의 환경검체를 수거해 검사했지만, C형간염 바이러스를 확인하지 못했다.
C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주로 주사기를 공동 사용하거나 수혈, 혈액투석, 성접촉, 모자간 수직 감염 등 혈액 매개로 전파된다.
게다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실온에서 평균 5일가량밖에 생존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C형 간염 집단감염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무엇보다 검체를 신속하게 수거해 검사하는 게 필수적이다.
보건당국의 이런 늦장대응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 간염 집단감염사고 후 '1회용 주사기 등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 신고' 대응시스템을 만든 직후란 점도 지적을 받았다.
환경검체 수거를 비롯한 현장조사는 오히려 다나의원 때보다 한 달 이상 늦게 실시됐다.
다나의원의 경우 2015년 11월19일 서울 양천구보건소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신고를 접수하고 당일 바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 환경검체를 수거했다.
또 수거한 환경검체를 검사해 혼합주사액, 주사침 및 앰플 보관함 등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정춘숙 의원은 "다나의원 때만도 못한 보건당국의 뒤늦은 대응과 일처리로 서울현대의원의 C형간염 바이러스 물증은 사라졌고, 피해자들의 배상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결국 이번 사태는 복지부의 신고대응시스템이 만들어 낸 대형 참사로 그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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