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수 급감에 놀란 정부…8개월 만에 또 저출산 '단기 처방'

입력 2016-08-25 18:40
부부 월소득 583만원 넘어도 난임시술비 100만원 지원

아빠 육아휴직급여, 둘째부터 월 200만원

육아휴직급여 인상보다 기업 내 인식 개선이 우선


[ 심성미 기자 ] 정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은 지 8개월여 만에 다시 보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올 들어 출생아 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6월 출생아 수는 21만5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8100명)보다 5.7% 감소했다. 최저 합계출산율(1.08명)을 기록한 2005년 같은 기간보다도 7700여명 적은 수준이다.

깜짝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단기 처방전’을 내놨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책이 중심이다. 전문가들은 “만혼·비혼 대책을 내놓은 지 1년도 안 돼 저출산 대책을 난임부부 대책으로 선회한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철학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비판했다.

◆난임 시술 지원 대상 전면 확대

정부가 25일 발표한 저출산 보완 대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난임 시술비 지원 제도의 전면 확대다. 지금까지는 월평균 소득 150%(2인 가구 기준 583만원) 이하 가구에 1회당 190만원씩 최대 3회 지원했다. 내달부터는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상 가구도 체외수정 시술 3회까지 1회당 100만원의 난임 시술비를 받을 수 있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00%(316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는 체외수정 시술 지원 횟수가 3회에서 4회로 늘어나고 지원금도 1회당 19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된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00~150%에 해당하는 난임 부부는 기존과 같게 체외수정 시술 3회, 1회당 190만원의 지원 혜택을 받는다. 난임 시술 지원 대상은 5만명에서 9만6000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전체 출생아 중 4.4%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났다”며 “체외 시술 성공률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으로 대략 1만명의 출생아가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용감한 아빠 늘어날까

내년 7월부터는 남성의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둘째 자녀부터 월 150만원에서 월 20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70% 선이다. 앞으로 3자녀 이상 맞벌이 가구는 기존의 어린이집 대기 순서와 관계없이 최우선 입소를 보장받는다. 맞벌이가 아닌 3자녀 이상 가구는 기존 입소 우선순위를 개편해 배점을 기존 100점에서 200점으로 높인다. 다자녀 가구에 주택 특별공급 기회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임대주택 우선 공급 시 넓은 면적(50㎡)의 주택은 다자녀 가구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저출산 문제 철학 없어”

하지만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소득층이 그동안 비용 문제로 난임 시술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탓이다. 남성 육아휴직 급여를 상향 조정한 것도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여성조차 육아휴직을 법정

기한만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기업 내 가족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장기적 그림을 하루빨리 그려야 할 때”라며 “저출산 대책에 대한 연구 지원을 늘리고 일자리·주거 대책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