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번만 덮고 가자고?…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입력 2016-08-25 18:10
블랙박스 시크릿

매슈 사이드 지음 /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88쪽│1만6000원


[ 송태형 기자 ]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2013년 세계에서 3640만대의 민간 비행기가 승객 30억명 이상을 실어 날랐다. 그중 210명이 사망했다. 비행기 100만대당 사고율은 0.41건. 240만대당 1건의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의료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2013년 ‘환자 안전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논문은 미국에서 예방 가능한 의료 과실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한 해에 40만명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피터 프로노보스트 존스홉킨스의대 교수는 “24시간마다 초대형 여객기 두 대가 추락하는 것과 맞먹는 수치”라고 했다.

영국 저널리스트 매슈 사이드는 《블랙박스 시크릿》에서 실수가 생명과 직결되는 두 분야의 과실률이 이처럼 차이 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실패에 대한 대응 방식’을 꼽는다.

항공기에는 웬만해선 망가지지 않는 블랙박스 두 개가 설치돼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 박스를 열어 사고가 일어난 이유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사고 원인은 세계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를 통해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절차를 수정하고 안전에 대해 개선을 한다.

저자는 이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는 시스템과 태도가 탄탄하게 구축된 항공업계의 문화를 ‘블랙박스 사고’라고 부른다. 의료계에는 이런 블랙박스 사고가 부족하다. 실패를 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 실수와 잘못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거나 분석되지 않는 ‘폐쇄회로 사고’가 만연해 있다. 그렇기에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저자는 폐쇄회로 사고가 어떻게 개인과 기업,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지, 블랙박스 사고가 어떻게 진보와 창의성, 회복탄력성을 가져오는지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인지 부조화’ ‘내러티브 오류’ 등 가장 똑똑한 사람들조차 폐쇄회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실패가 되풀이되는 원인이 개인에게 있기보다는 책임 추궁 문화와 위계적 질서의 압력, 인간 심리에 무신경한 제도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인지하고 실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이를 인정하고 보고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래야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인 ‘실패를 통해 배우는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