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말 한마디에 24일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2007년부터 9년간 약값을 550% 인상한 한 제약사의 폭리를 강도높게 비판한 뒤 바이어와 헬스케어 주식 전체가 영향을 받은 것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제약사는 알레르기 치료제 ‘에피펜’을 생산하고 있는 밀란으로 이 회사는 2007년 93.88달러에 시판했던 에피펜의 가격을 최근 608.61달러까지 올렸다. 인상률은 무려 548%. 이 기간동안 밀란의 최고경영자(CEO)인 헤더 브레시의 연봉은 245만달러에서 1893만달러까지 약 8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등이 밀란의 폭리를 보도하자 클린턴 후보가 바로 “제약사가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하고 의회가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밀란 주가는 곧바로 5.4% 급락해 43달러까지 밀렸으며 S&P500 헬스케어업종지수도 1.6% 하락했다. 정치권의 압력에 제약사의 매출이 줄고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에피펜은 벌에 쏘이거나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 갑자기 쇼크가 왔을 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주사약으로 미국 전역의 학교에비치돼 있으며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은 항상 휴 淪溝돈?권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의 사례를 소개하며 에피펜 3팩을 구입하는데 지난해 1500달러를 썼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는 1팩을 보관하도록 권장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아이의 가방과 집에 각각 1팩을 더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모는 가격 인상으로 앞으로 약 2000달러를 약값으로 지불해야 한다며 사용하기를 바라지도 않는 약을 사려고 이렇게 많은 돈을 쓴다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밀란이 그동안 어떻게 정부나 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약값을 5배 넘게 올렸는지에 쏠렸는지로 옮겨붙고 있다. 미 언론은 밀란 CEO의 아버지인 민주당 상원의원 조 맨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밀란은 2013년과 2014년 의회 로비자금으로 400만달러를 사용했으며 이후 에피펜은 미 공립학교에서 알레르기 비상약으로 채택됐다. CNN 등은 맨친 의원의 딸인 브레시가 밀란의 CEO가 된 과정도 석연찮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에피펜은 지난해 밀란이 올린 95억달러 매출의 약 10%인 10억 달러를 담당했다. 지난해만 약 360만장의 에피펜 처방전이 발급됐으며, 이중 70%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 환자들이 받아갔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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