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ractice 일본 비즈니스 호텔 체인 토요코인
40대 여성 지배인 발탁
특유의 배려·섬세함에 다른 호텔보다 단골 많아
회사 로고에 적힌 4&5
1박에 4000~5000엔
'일상의 호텔' 철학 담겨
금융위기·대지진 거치며 부도 직전까지 몰렸지만
'고객 최우선'으로 부활
"해외 1045개 지점 세울 것"
[ 임근호 기자 ]
토요코인은 일본을 대표하는 비즈니스호텔 체인이다.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호텔 지배인을 포함해 직원 97%가 여성이다. 호텔 근무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를 지배인으로 뽑는다. 아침 식사는 무료다. 뷔페가 아니라 따끈한 밥과 된장국이 나온다. 여성의 섬세함과 아마추어의 성실함, 집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원칙은 해외에서도 그대로 지켜진다. 한국 부산과 서울, 대전에 있는 토요코인 7개 지점 지배인은 모두 여성이다. 아침 식사로 빵도 나오지만 밥과 국이 항상 준비돼 있다.
창업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장녀 구로다 마이코 토요코인 사장은 지난 2월 경영전문지 캄파넬라와의 인터뷰에서 “생활필수품처럼 ‘일상의 호텔’이 되는 것이 토요코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한국, 캄보디아에서 영업하는 토요코인은 올해 독일과 프랑스, 필리핀, 몽골에 진출할 예정이다.
가정주부를 지배인으로
토요코인 창업자는 니시다 노리마사다. 1946년 생으로 토요코인을 창업한 1986년 당시 나이는 40세였다. 가업을 이어받아 전기설비공사 회사 사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어릴적 친구가 “우리 여관을 현대식으로 재건축했으면 좋겠다”고 상담해왔고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토요코인의 출발점이 됐다.
처음부터 여성에게만 지배인을 맡기려 한 것은 아니었다. 도쿄 가마타에 낸 1호점 지배인은 50대 중반 여성이었다. 1년 후 가와사키시에 낸 2호점 지배인은 남성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1호점과 비교해 2호점 객실 가동률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원인을 살펴보던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상냥함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는 “살림 경험이 풍부한 주부에게 호텔을 맡기자”고 결심했다.
토요코인은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40세 전후의 가정주부를 발탁해 지배인을 맡긴다. 일부러 호텔 근무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를 뽑는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더 의욕을 갖고 일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배인으로 선발되면 프런트와 청소 업무 등을 짧게 경험한 뒤 바로 지배인 업무에 투입한다. 가정을 알차게 꾸려온 사람
라면 호텔 지배인 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토요코인의 철학이다. 니시다 창업자는 “40세 전후 여성을 원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게 우리에게는 기회였다”며 “남편과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된 우수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토요코인은 지배인뿐 아니라 전체 직원 1만여명 가운데 97%가 여성이다. 현장 직원은 모두 여성이다. 이들은 손님 와이셔츠 단추를 달아주기도 한다. 엄마와 같은 자상함과 작은 배려에 감동한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토요코인은 다른 호텔보다 단골이 많은 편이다.
출장자들에게 집 같은 분위기
멀리 출장 온 비즈니스맨을 위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도 토요코인의 차별화 전략이다. 비즈니스호텔이 그렇듯 토요코인에는 도어맨과 같은 종업원, 사용 빈도가 낮지만 유지 비용이 큰 수영장이나 연회장이 없다. 대신 비즈니스맨에게 필요한 빨래, 다림질 도구, 가정식 백반, 인터넷 등을 제공한다.
토요코인 객실은 일본에서 으뜸가는 깨끗함과 가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출장 중인 회사원이 자기 집 안방에서 잤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객실 크기도 일본 평균 안방 크기와 비슷하다. 숙박료도 부담없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맞췄다. 토요코인 로고에는 ‘4&5’라는 숫자가 들어있는데 1박에 4000~5000엔에 잘 수 있도록 하자는 회사의 초기 철학이 담겨 있다.
가정식 아침 식사도 이런 생각에서 나왔다. 유료로 운영하는 다른 비즈니스호텔과 달리 토요코인의 아침 식사는 무료다. 주로 따끈한 된장국과 주먹밥, 커피가 나
다. 따뜻한 아침밥을 해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신데렐라 리버티 플랜’(한국에서는 ‘미드나이트 타임 서비스’)라는 것도 있다. 밤 12시(한국은 밤 11시)를 넘겨 호텔을 방문했을 때 빈방이 있으면 당일 1박에 한해 싼 가격에 묵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활용하면 싱글룸 1박을 일본에서 3980~4480엔, 한국에서는 3만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일종의 ‘떨이’다. 예기치 않은 일정에 늦은 밤 호텔을 찾아야 하는 출장자를 배려한 서비스다.
땅·건물 30년 장기 임대
토요코인은 호텔을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하지 않는다. 대신 호텔 부지와 건물을 30년간 장기 임대하고 땅주인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 처음에는 토지를 구입할 자금이 없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니시다 창업자는 “경영의 기본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익을 나눠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토지 소유주는 안정된 수익을, 고객은 저렴한 숙박비와 질 좋은 서비스를, 운영주체인 토요코인은 일정 수익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토요코인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6년 불법으로 내부를 개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준공검사가 끝난 뒤 불법으로 내부를 바꿔 객실 등을 마구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장애인용 객실이나 주차장 등이 회의실, 창고,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니시다 창업자는 기자회견에서 통곡하며 사죄했다. 40분간 기자회견에서 57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내가 나빴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사건으로 니시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두 아이의 엄마였던 장녀 구로다 마이코가 2008년 토요코인 부사장을 거쳐 2012년 사장에 취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며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고객 최우선 주의로 회생했다. 작년 ‘100% 객실 가동률을 달성한 최대 호텔 체인(24시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도전 날짜였던 작년 5월2~3일 24시간 동안 일본과 한국 점포 모두에서 만실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평균 가동률도 85%로 다른 호텔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구로다 사장은 “언젠가 세계에 1045개 토요코인 점포를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045에서 10, 4, 5를 일본어로 읽으면 ‘토오, 요, 고’, 즉 이 호텔 이름이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