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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업체 품질의혹 제기에 석유관리원 "잘못된 실험" 반박
고온·고속주행 등 환경 외면한 품질측정 방식 두고 논란 확산
정부 "전문가 의견 수렴해 재검토"
[ 고윤상 기자 ]
폭염이 계속되면서 고급 휘발유 품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고급 휘발유 품질을 결정하는 옥탄가가 무더위에는 일반 휘발유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휘발유에 함유된 옥탄가를 2~10도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어 실제 주행 환경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논란은 지난 5일 한 자동차 튜닝업체가 자체적으로 한 고급 휘발유 옥탄가 실험 결과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는 고급 휘발유 31개를 수거해 자체 실험기구로 실험한 결과 고급 휘발유 옥탄가와 일반 휘발유 옥탄가에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에쓰오일 등 일부 정유사는 ‘옥탄가 100 이상’ ‘옥탄가 98 이상’이라고 명시했던 홈페이지 제품 소개에서 관련 내용을 수정하거나 지우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품질을 관리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은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산업부는 8일 해당 튜닝업체에 “잘못된 실험 결과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석유관리원은 12일 의혹이 제기된 시료를 직접 실험한 뒤 “의혹을 제기한 업체의 측정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고급 휘발유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석유관리원 해명 과정에서 고급 휘발유 논란이 옥탄가 측정 방식으로 옮겨붙었다. 국내에서 옥탄가를 결정하는 기준은 리서치법(RON: research octane mumber)으로 일본에서 1972년 들여온 방식이다. 휘발유 시료를 2~10도로 맞춘 상태에서 옥탄가를 측정한다. 또 분당 600회 회전하는 엔진을 설정해 저속 주행을 기준으로 한다.
논란을 촉발한 자동차 튜닝업체는 “실온 기준에서 측정하면 고급 휘발유 옥탄가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석유관리원 기준으로 옥탄가 98로 측정된 제품이 25도에선 95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겨울이나 여름 등 온도 차이가 클 때는 옥탄가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캐나다 등은 모터법(MON: motor octane number) 방식을 리서치법과 혼용하고 있다. 모터법은 실험 연료 온도 10도 내외를 기준으로 측정하지만 실험 시 흡입 공기가 150도이기 때문에 엔진 과열 등 실제 주행 환경을 반영한다. 또 분당 900회 회전하는 엔진을 설정해 고속 주행 시 옥탄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선진국에선 모터법과 리서치법 값의 중간값으로 옥탄가를 표시하기도 한다”며 “40년이 넘은 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프?주행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온도에 따라 옥탄가가 달라진다는 건 확인해 본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업체의 실험 방식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리서치법과 모터법 중 어떤 것이 적절할지 전문가 의견을 듣고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옥탄가
octane number. 이상점화현상을 말하는 노킹(knocking)을 억제하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일반 휘발유는 91 이상, 고급 휘발유는 94 이상이어야 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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