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용부, 가이드북 세 번째 발간
노동·경영계 모두 시큰둥
동력 잃은 노동개혁 '현주소'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가 17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내놨다. 2014년 3월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지난해 2월 ‘임금체계 개편 사례집’에 이은 ‘개정 증보판’ 격이다. 지난 16일 개각에서 유임한 이기권 장관이 가이드북을 시작으로 노동개혁 ‘깃발’을 다시 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부는 가이드북에서 국내 임금체계, 선진국 임금체계, 임금체계 개편 절차·방식 및 법적 쟁점, 임금체계 개편 사례 등을 소개했다. 2009년 72.2%(100인 이상 기업)에서 지난해 65.1%로 낮아지긴 했지만, 대다수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호봉제 위주 임금체계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직무의 특성·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 숙련도·경력 등에 따른 직능급, 역할에 비례하는 역할급, 성과급 등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가이드북 발간을 놓고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이어 민간기업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산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내용은 2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바뀐 것이 있다면 노동계의 반응이다. 2014년 임금체계 매뉴얼 발표 당시 양대 노총은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언했고, 지난해 5월 임금피크제 공청회 때는 행사장을 점거하고 장관을 돌려세우기까지 했지만 이번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 테면 해보라’는 분위기다.
경영계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만 있으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법원에서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애초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60세 정년이 의무화됐지만 임금체계 개편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연장법) 통과 당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강제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년연장법 19조 2항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조치를 해야 한다’에, 노동계는 ‘여건에 따라’에 방점을 찍고 2년 넘게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핵심인 임금체계 개편 이슈에도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분위기가 동력 잃은 노동개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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