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절세 '증여신탁' 올 4000억 팔렸다

입력 2016-08-16 19:09
"세혜택 줄기 전에…" 자산가들 쉬쉬하며 가입

부모가 맡긴 원금과 투자수익
6개월에 한번씩 자녀에게 입금
삼성증권·신한은행 등 7곳 판매
즉시연금에 올렸던 수요도 이동


[ 김우섭/이현일 기자 ] 올 들어 서울 강남 자산가 사이에서 증여신탁 상품을 통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신탁에서 발생한 수익과 원금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 이를 연 10%씩 할인해 증여세를 계산한다는 세법 조항을 활용한 상품으로 올 들어 4000억원 가까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일반 증여보다 증여세를 40%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금 얼마나 아낄 수 있나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여신탁 상품을 취급하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사의 연초 이후 판매액은 약 38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신탁 설정액은 지난해까지 수십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증여신탁은 부모 명의로 돈을 맡기면 자녀 명의 계좌로 원금과 이자를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씩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신탁상품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과 이자를 10% 할인해 증여세를 계산한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33조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자녀에게 10억원을 10년(연 1억원씩 지급)에 걸쳐 물려주는 증여신탁에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1년 뒤 자녀가 받는 원금은 1억원(이자 제외)이지만 증여세를 물릴 때 계산하는 증여가액은 ‘1억원÷1.1(경과 연수인 1과 할인율인 10%의 합)’인 9090만원이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2년 뒤 증여가액도 1억원이 아니라 ‘1억원÷1.21(연 10%의 할인율을 복리 계산한 1.1², 2는 경과 연수)’인 8264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 총액은 1억2400만원으로 현금 증여(세금 2억300만원)보다 증여세 7800만원(38.42%)을 줄일 수 있다. 20억원을 증여할 경우엔 일반 증여는 5억58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증여신탁에 가입하면 3억5000만원만 내면 된다.

◆즉시연금은 ‘시들’

재테크 전문가들은 사전에 증여를 하는 게 사후 상속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여신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전국의 증여세 신고액은 2조3628억원으로 2014년(1조8788억원)에 비해 25.8% 증가했고 증여세를 낸 인원도 지난해(9만8045명)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사후 상속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지만 증여는 절세 상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세는 증여시점(첫 번째 분할지급 시점)으로부터 3개월 안에 신고해 납부한다. 할인율이 조정되더라도 이미 낸 세금은 소급적용이 안된다.

또 신탁 상품 자산을 국공채 지방채 등 안전자산?투자해 얻은 수익도 자녀 명의 계좌로 입금된다는 장점이 있다. 증여신탁은 국공채 등 우량 자산에 투자해 연 2%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까지 즉시연금에 몰렸던 절세 수요가 증여신탁으로 이동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 증여세 절세 상품인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이후 월급처럼 꼬박꼬박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할인율이 6.5%에서 3.5%로 크게 떨어지면서 절세 효과가 반감됐다.

증여신탁의 최소 가입금액은 5억원이다. 만기 이전에 부모가 사망하더라도 증여가액만큼만 상속세로 내면 된다. 신탁보수는 보통 2%(상품 가입 시 선취로 한 번 지급) 정도다.

김우섭/이현일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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