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기술력·위탁생산 방식…반도체업체와 비교해 기업가치 산정
업종 다르지만 사업구조 비슷…과도한 밸류에이션은 피할 듯
[ 나수지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5일 오후 4시26분
오는 11월 중순 기업공개(IPO)를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가치를 산정(밸류에이션)할 때 반도체업체를 비교기업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종은 다르지만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상장 주관사단은 투자자를 위해 과도하게 높은 밸류에이션은 피하자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TSMC와 기업가치 비교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주관사단은 회사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부문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관사단이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교하는 이유는 ?기업의 사업모델이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SMC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주문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제조 공정을 최적화해 낮은 단가로 제품을 생산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난해 TSMC는 매출 266억달러(약 30조원), 영업이익률은 40%가량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매출이 2020년 1조원, 2025년 2조원 수준으로 뛰어오르고, 영업이익률은 30~40%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MO 사업의 본질은 바이오가 아니라 정확하게 통제된 생산 공정이라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신념도 비교 기업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김 사장은 평소 “CMO부문은 대만 TSMC를, 신약생산부문은 미국 바이오벤처인 제넨텍을 롤모델로 삼겠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높은 기술력이 기업가치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검토 이유 중 하나다. CMO시장 1위인 스위스 론자 등 경쟁사의 투자비는 L당 1만달러 정도다. 이에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비는 L당 4300달러로 절반 수준이다. 이런 경쟁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하려면 기존 CMO부문의 경쟁자가 아닌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것이 낫다는 게 회사와 주관사단의 판단이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경쟁력은 낮은 L당 투자비와 생산원가”라며 “경쟁 업체보다 높은 기술력을 기업가치에 포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10조원 목표”
하지만 회사와 주관사단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기술력 외의 다른 기업 가치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결정했다.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의 원성을 사고 있는 삼성생명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데 확실한 공감대가 모아졌다”며 “낮은 가격에 상장해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것이 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6년 전 공모가 11만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사상 최대 공모 규모(4조8880억원)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상장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해 지금까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관사 단은 시장 추정치인 9조원 후반에서 10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사업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미래 추정이익을 활용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사용할 예정이다. DCF는 미래 시장상황과 회사의 성장성을 고려해 미래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이를 할인해 현재 기업가치를 도출하는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다. 회사와 주관사단은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위해 2020년 완공 예정인 4공장부터는 미래 이익을 추정하는 데 제외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만L인 생산능력을 2018년까지 3공장을 완성해 36만L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초격차 1위’를 위해 18만L급 4공장 이후 5공장, 6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1월 중순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시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 공모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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