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600만명 돌파…이재한 감독의 흥행비결

입력 2016-08-15 18:47
"숨은 영웅들 긍정의 힘과 희생정신이 관객 감동시켰죠"

이름모를 영웅에게 바치는 헌사
10~20대들 입소문·댓글도 한몫
반공영화로 보는 시각 안타까워


[ 유재혁 기자 ] “영화가 긍정의 힘을 제시한 게 대중을 감동시킨 듯싶습니다. 확률 5000분의 1의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비결은 첩보부대원들의 무한 긍정과 희생정신이니까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객이 찾아오는 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이달 14일까지 622만명이 관람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45)은 흥행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들을 그린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악평과 달리 일반 관객의 호평 속에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감독은 멜로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256만명)와 전쟁영화 ‘포화속으로’(2010년·333만명)에 이어 ‘인천상륙작전’까지 히트시키며 흥행 감독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맥아더 장군의 위대함만 들어왔는데 작전 성공을 위해 한국인들이 ‘X레이 작전’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들의 용기와 신념, 전우애, 동지애 등을 그렸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대원들이 분열되지 않고 단합하는 정신을 보여줬고요. 그런 진정성이 관객을 움직인 것이죠.”

한국 첩보부대원들은 인천 앞바다 기뢰 지도를 훔치려다 북한군에게 발각돼 일부가 총탄을 맞고 전사했다. 살아남은 대원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달아나지 않았다. 대신 기뢰 위치를 파악하고 북한 장교를 납치하는 ‘플랜B’에 들어간다. 단 한 명이 살아남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이 영화는 이름 모를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자유와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는 말을 새삼 절감했다는 관객이 많았어요. 지금 우리가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해준 영웅들에게 감사한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특히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감동했다는 댓글을 수없이 올려서 기뻤어요.”

‘포화속으로’와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희생과 용기를 다룬 영화다. ‘포화속으로’가 학도병들의 전투를 둘러싼 도덕적인 딜레마를 그린 전쟁영화인 데 비해 ‘인천상륙작전’은 X레이 작전이란 실화를 그린 첩보전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제 외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전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자식을 넷이나 두고 어떻게 전장에 뛰어들 수 있었는지 어릴 때부터 궁금했어요. 외할아버지에 대한 그런 마음을 박철민 캐릭터에 투영했습니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살아난 것도 실화에 기반한 드라마의 힘 덕분입니다.”

대다수 평론가가 ‘반공 영화’라고 폄하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두 시간에 얘기하려면 선악 구조가 필수였다”며 “그게 논란이 될 줄 알았지만 용기가 없다면 그렇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이념의 잣대로만 보는 게 안타깝다. 정치적인 홍보 도구로 삼는다는 것도 슬프다. 영화는 영화로만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감독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일본에서 관객 약 300만명을 모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상영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후지TV가 오후 8시 프라임타임에 방영한 유일한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한 일본 관객은 200번이나 봤다고 하더라”며 “미학을 떠나 사랑의 본질, 즉 사랑을 향한 숭고한 희생을 물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 등의 주제도 희생이었어요. 제 영화의 키워드는 희생입니다. 희생을 어둡지 않고, 따스하게 그리고 싶습니다. 파괴적인 영화보다는 생산적인 영화가 되도록 말입니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가서 뉴욕대 영화TV과를 졸업했다. 1998년 미국 10대 아시아 갱들의 이야기를 그린 독립영화 ‘컷런스 딥’으로 데뷔한 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연출을 계기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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