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가업승계 가로막아
실효세율 최대 65% '폭탄'에 세액공제 조건까지 까다로워
혜택 받는 기업 연 59곳 불과
[ 이우상 기자 ] 대를 잇는 장수기업이 늘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수기업이 고용창출, 세수 등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입증되고 있어서다. 법인세 납부능력지수를 보면 10년 미만 기업은 0.52에 불과하지만 60년 이상 기업은 5.14다.
하지만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커 장수기업을 꾸리기가 힘들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최대주주 지분의 할증평가 등을 감안하면 실효세율이 최대 65%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상속세와 증여세로 나가는 수십억원의 세금 때문에 승계 이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경영권 방어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업승계 시 공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부담을 낮추려 하고 있다. 2007년 이후 공제 대상과 한도를 꾸준히 높였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많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296개 기업이 상속 공제 혜택을 받았다. 연평균 59개에 불과하다. 공제 금액은 연평균 600억원 ?밑돌았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많다.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 후 10년간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하며, 근로자를 20% 늘려야 한다.
중견기업 승계 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12월 19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야권의 ‘부자 감세’ 공세에 밀려 부결됐다. 개정안은 가업상속 공제 적용 대상 기업을 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동기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혁신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며 “차등의결권 제도 등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사라진다”며 “독일의 히든챔피언 제도 등을 참고해 장수기업 육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