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의 학교 본관 점거사태가 15일로 19일째를 맞았다. 지난 10일에는 동문들까지 합세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8월15일 광복절 아침 7시, 이화여대 캠퍼스를 둘러봤다. 이대 학생들은 여전히 본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본관 문은 열려있었다. 밤을 세운 듯한 얼굴의 몇몇 학생들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인터뷰에 일절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사진찍는 것도 피했다. 이화여대 캠퍼스 곳곳에는 '최경희 총장은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침부터 마스크를 쓴 학생들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미래라이프' 사업을 두고 시작된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사태는 진행형이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요구대로 단과대학 설립은 무산됐다. 학내에 1600명의 경찰병력이 진입하며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고 결국 사업 철회로 이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동안의 일방적인 학사운영과 학내 경찰투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주말 본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면 대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剋壎湧?최 총장과 논의할 정식 대표가 없다며 서면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오후까지 최경희 총장과 학생들간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상호 입장차만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총장 사퇴 이전에는 본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주변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학생들은 2차례에 걸친 대규모 시위 이후에도 총장과 학교측 태도 변화가 전혀 없다며 본관 점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최경희 이대 총장은 학생들의 다른 요구사항은 수용할 수 있지만 사퇴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분위기다. 교수들도 지난 11일 토론회 후 '빠른 시일 내 사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이고 진지한 노력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총장 사퇴까지 요구할 수 있다'며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대학 관계자들은 최 총장이 사퇴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은 듯하다. 서울지역 A사립대 관계자는 "이 정도 일로 물러나야 한다면 어느 총장이 총대를 메고 사업을 진행하겠느냐" 며 "총장 사퇴 요구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총장이 법적인 조치를 받은 것도 아니고 법인에서 해임할 이유도 없다" 며 "설사 경찰을 불렀다고 해도 본인이 물러나야 할 사유인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화여대의 2학기 개강일은 9월 1일로, 보름 정도 남아 있다. 본관 점거사태가 장기화하면 학생과 학교 측 모두 개강을 앞두고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화여대 사태가 장기화할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대학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소민 한경닷컴 인턴기자 (숙명여대 법학부 4년) _bargarag_@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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