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실업사태 시작됐는데…추경 취지 무관한 사업 수두룩
당·정협의, 국회 상임위 심사 도중 '알박기'
국회예산정책처 "부적합한 예산 삭감해야"
[ 김주완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이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추경 취지와 무관한 사업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고 일부 사업은 추경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 추경안을 확정하는 과정이나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 도중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끼워넣기식 사업’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경에 지역민원 끼워넣기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본격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경남 등 일부 지역의 실업률이 추경 요건인 ‘대량실업’ 수준까지 악화될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조선·해운업 밀집 지역인 울산과 경남의 지난달 실업률은 각각 2009년과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울산·경남에서 1년 새 5만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고 전체 제조업 취업자 수도 49개월 만에 처음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추경 편성 취지와 거리가 먼 지역 사업들이 포함돼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추경안을 심사하면서 ‘튜닝산업지원시스템 구축 사업’(70억원)을 추가했다. 야당에서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중단된 전남 영암을 자동차 튜닝사업 지역으로 특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새로 포함시킨 것이다.
◆추경으로 하수관 정비?
정부가 여당과 협의해 내놓은 추경안에도 지역사업들이 수두룩하다. 하수관 정비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당 예산으로 450억51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하수관로 정비에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다.
추경안에 따르면 전국 32곳의 지자체가 추가 예산을 받는다. 특히 경남 김해(40억원), 경북 울진(20억원), 충남 금산(20억원), 경기 양주(10억원)·포천(20억원) 등 14곳은 증액이 아니라 신규 사업으로 예산이 책정됐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부의 추경안을 심사하면서 해당 예산을 7억5000만원 증액했다.
114억5200만원이 책정된 농어촌마을하수도정비 사업도 지역 사업이다. 농어촌 마을의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한 소규모(시설용량 500t 미만) 하수처리장의 신설 또는 개량 비용 일부를 중앙정부가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국 18곳에 관련 예산을 잡았다. 올해 본예산에는 없었지만 추경으로 해당 예산이 새로 생긴 지자체는 △경남 남해(20억원) △경남 함양(13억원) △전남 화순(10억원) △충북 단양(9억원) 등이다.
◆논란에도 국회 상임위 통과
울산에 컨벤션센터를 짓는 ‘조선해양산업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당초 시급성,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추경 취지 등을 감안해 이 사업을 전체 예산 삭감 사업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자위는 정부안의 예산 160억원을 128억원으로 20% 삭감해 통과시켰다.
부산, 전남 여수, 경남 창원 등 항만 지역에 예산이 몰려 있는 ‘오염퇴적물 정화 복원 사업’(96억5000만원)과 ‘연안정비 사업’(45억원) 등도 시급성과 본예산 집행률이 떨어져 불필요한 추경 사업으로 꼽힌다. 충남 예산, 경북 영양, 경북 청도, 전북 남원, 전남 화순 등 전국 31곳을 지원하는 재해위험지역정비 사업(104억900만원)과 울산에 수소연료 충전소를 짓는 사업(15억원)도 추경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추경 편성에 부적합한 사업 예산은 삭감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은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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