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 재팬(all Japan)’ 태세로 달려들고 있다. 닛산자동차 등 기존 자동차업체는 물론 일본 모바일 게임업체 디엔에이(DeNA), 히타치제작소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체까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 대국’의 명예를 걸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인프라 정비와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로봇 택시·버스까지 등장
지난 4일 일본 지바시에 있는 이온몰 마쿠하리신도심점에 인접한 도요스나공원. 자율주행 버스인 ‘로봇셔틀’의 주행실험이 한창이었다. 평일 낮이었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서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무인 버스를 시승했다. 공원 산책로에 울타리를 세워 만든 길이 약 250m의 전용 길을 시속 10㎞(최고 40㎞)로 왕복했다. 지바시에 사는 주부 가네코 신노 씨는 “운전석도, 운전사도 없다”며 “땅 위의 케이블카 같다”고 신기해했다.
아직은 공원 내 전용 길을 주행하지만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공원과 이온몰까지 1.5㎞ 둘레를 운행할 예정이다. 로봇셔틀을 운영하는 업체는 DeNA다. DeNA는 로봇 개발 벤처업체인 ZMP와 공동으로 자율주행 택시회사인 ‘로봇택시’를 설립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선수촌과 경기장 주변 등 특정 지역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자율주행 미니밴 ‘세레나’ 이달 출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2010년께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본격화했다. 자동차업계에선 닛산이 가장 앞서 있다. 닛산은 지난해 10월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실증실험을 했다. 이달에는 고속도로 단일차선을 자율주행할 수 있는 미니밴 ‘세레나’를 출시하고 2018년에 고속도로에서 차선 변경까지 가능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실증실험을 토대로 2020년에는 시내 자율주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는 2020년께 고속도로에서 주행 및 추월이 가능한 자율주행차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는 택시사업자 단체인 전국하이어택시연합회와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한 운전지원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지난 1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개발 자회사인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앞으로 5년간 자율주행과 로봇 실용화 등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상용차사, 자율주행 트럭도 개발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경제학)는 “과거 조선이나 전자 왕국의 영예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으로 넘어갔지만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만큼은 절대로 해외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인식이 일본 정부와 산업계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시장을 선도하면 자율주행차량 제조뿐 아니라 도로나 자율주행 인프라 시스템까지 수출할 수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준비가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운전자 부족과 물류 등 사회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이스즈자동차, 히노자동차 등 일본 4개 상용차업체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2013년 이미 여러 대의 대형 트럭이 줄지어 이동하는 ‘대열 주행’을 실험했다.
日 정부, 법 등 인프라 지원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 ‘자율주행사업화 검토회’를 열고 주요 완성차·부품·전자 업체들이 민관 합동으로 자율주행 공통 분야 연구를 하기로 했다. 유럽·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도로교통법 등 법과 제도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자율주행차 보급을 위해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 국제교통규칙인 ‘제네바 협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일본 도로교통법도 운전자가 자율주행차를 제어하도록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를 위한 국제 협의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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