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임원 출신 세일즈맨' 손주호 만트럭 지점장의 '인생 2막'

입력 2016-08-12 10:05
손주호 만트럭 서울경기중부지점장 인터뷰
"은퇴 후 창업보단 경력 살리는 게 좋다", "노후 준비 커리어 살릴 수 있으면 도전하라"


[ 김정훈 기자 ] "은퇴 후 창업은 쉽지만 성공 보장은 어렵습니다. 눈 높이를 낮추더라도 경력을 연장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기회지요."

100세 시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노후 준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손주호 만트럭 서울경기중부지점장(56·사진)은 요즘 노후 공포가 사라졌다. 지난 1월말 정년퇴임 후에도 경력을 살려 '상용차 영업'을 계속하게 된 게 행복을 되찾은 비결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상용차 등을 거쳐 지난 14년간 독일 상용차기업 만(MAN)의 한국지사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해왔던 그는 은퇴 이후 '인생2막'을 열었다. 퇴직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그가 결정한 것은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던 '영업 현장'으로 다시 가보자는 것이었다.

큰 아들은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늦둥이인 막내 아들은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이라 자녀 교육을 위해선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된다는 부담은 그 누구보다 컸다. 결국 올 초 경기도 의왕시 오봉로 제2터미널 내에 만트럭 신규 영업소를 개소했다. 국내 상용차업계 임원 출신으로 퇴직 후 개인돗太?상호명 미래오토)를 연 것은 그가 처음이다.


◆ 지난 25년간 車영업 경험 쌓아…현대차·삼성상용차·만트럭 거쳐

지난 11일 의왕 사무실에서 만난 손 지점장은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이 없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노후 준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경험 살리면 충분히 길이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은퇴한 친구들이나 업계 동료들을 보면 퇴직 후의 삶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일부는 다니던 직장보다 하향 지원해서 재취업을 했고, 누구는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퇴직금을 까먹고 있는 게 안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경험 없이 새로운 직종에 섣불리 덤비지 말고, 일하던 업종에서 갈 길을 찾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경제학과 81학번인 손 지점장은 졸업 후 1987년 삼성 계열사였던 제일제당(현 CJ그룹)에 입사하면서 직장생활을 했다. 자동차 업종과의 인연은 1989년 10월 현대차로 이직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계동 사옥으로 출근한 그는 총무부, 해외영업부 등을 거쳤고 수출 영업 등의 경력을 인정받아 이후 삼성상용차 해외 영업팀에서도 2년간 근무했다.

"현대차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기들 150여 명 가운데 지금은 20%만 남고 나머진 회사에서 다들 밀려났지요. 아직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엄청 고마움을 느낍니다."

만트럭은 2001년 한국지시가 설립됐다. 그 이전엔 삼성상용차가 수입해서 팔았다. 손 지점장이 2002년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만트럭의 원년 멤버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삼성상용차에 재직했던 인연이 만들어줬다. 그는 회사내 제품 인증, 영업관리, 차량 출고 업무 등을 맡다가 2005년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올 초 정년퇴임 때까지 만트럭 국내 영업을 총괄했다.

◆ 만트럭 성장의 주역…영업본부장 맡은 뒤 판매량 10배 키워

손 지점장은 국내 만트럭 성장을 일궈낸 주역이다. 수입 상용차시장에서 마이너 회사였던 만트럭은 시장 진입 초기만 해도 연간 판매량이 100여 대 안팎에 그쳤다. 그러던 만트럭 판매량은 그가 은퇴를 앞두던 지난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내 인프라 없고 마케팅 비용 지원이 없던 열악한 시절에 참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만트럭 제품력을 믿고 신뢰해준 고객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요."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던 손 지점장에게 2014년 말 부임한 막스 버거 한국지사 사장은 자신의 임기까지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퇴직 후를 고민하던 그는 더 늦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55세 정년까지 일을 하고 회사를 나왔다. 다행히 버거 사장이 그의 영업력을 신뢰하고 지원해준 덕에 서울경기지역에 신규 영업소를 따낼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됐다.

만트럭은 유럽 시장에서 벤츠트럭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다. 한국에서는 볼보트럭에 이어 지난해 1137대를 판매해 수입 상용차 2위를 기록했다. 국내법인 설립 초기에는 스카니아, 볼보 등에 가려져 화물차주들에게 생소한 메이커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고객들의 입소문이 타면서 인기 있는 수입트럭 회사로 발돋움했다.

손 지점장은 "신규 고객 중에 볼보나 벤츠를 타다가 내구성이 좋다는 얘길 듣고 만트럭으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다"며 "제품력이 좋고 잔고장이 적어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만트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요즘 손 지점장은 서울·경기지역에서 트랙터, 덤프, 카고 등 만트럭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제품 상담, 금융상품 소개 등 영업을 지원한다. 그는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영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의왕=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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