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땐 공사 구분 분명히 해야
전국 하루 발생 화재만 134건
사고나면 10분내 보고가 원칙
△1952년 경기 양주 출생
△1970년 경희고 졸업
△1974년 해군사관학교 28기 임관
△2003년 해군 제3함대사령관(소장)
△2005년 해군 교육사령관(중장)
△2006년 합동참모차장(대장)
△2006년 경남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2008년 충남대 석좌교수
△2008년 한중대 석좌교수
△2014년 12월~ 국민안전처 장관
[ 강경민 기자 ]
8살 때 어머니 여의고 방황
삼청동 인근서 외할머니와 생활
의사 꿈꾸다 해군사관학교 진학
태권도 공인 6단·국선도 사범
장군 진급 후 가족과 생활 못해
아내·외동딸 지원이 큰 힘 됐죠
한달 책 16권 목표 '다독가'
최근 1년간 126권 읽어
사서삼경 독파…춘추좌전 읽는 중
안전처에서 안전불감증은 금기어
그런 말 나오는 순간 안전대책 사라져
극진한 마 습막?국민만 생각할 것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올해로 예순다섯의 나이인데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국선도를 연마한다. 2008년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차장(대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박 장관은 국선도 사범이기도 하다. 태권도 공인 6단의 실력도 갖췄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해 보였다.
다부진 체격에 걸맞게 그의 주량은 ‘누구와 대적해도 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4년 11월 안전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국민안전처 수장을 맡은 뒤부터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반주를 곁들인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기 위해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박 장관은 난색을 보였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앙재난상황실을 오랜 시간 비워둘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지난 3일 점심 때 어렵사리 그를 만났다. 기자와 식사하는 도중에도 박 장관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주요 사고는 10분 안에 보고받는다고 했다.
◆“여덟 살 때 어머니 여의고 할머니와 살아”
박 장관을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정식집 해림원. 골목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처음 찾는 사람은 길을 헤매기에 십상이다. 이 음식점을 추천한 이유가 궁금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이곳과 가까운 사직공원 인근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제가여덟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뒤 줄곧 할머니와 함께 살다 보니 삼청동 일대가 익숙합니다. 이 집에서 나오는 잡채와 ?등이 제 입맛에 딱 맞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음식을 맛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자리에 앉자마자 김, 잡채, 젓갈, 멸치, 오징어포 등의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왔다. 박 장관의 설명대로 가정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집에서 차린 듯한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박 장관의 휴대폰에서 119 출동 사이렌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박 장관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승객 92명을 태운 여객선이 인천 서해 장봉도 근처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고 있다는 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 보고였다. 박 장관은 “신속하게 조치한 뒤 즉각 보고하라”고 지시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마친 뒤에도 박 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장관을 수행하던 대변인 등 공무원들은 급히 사무실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첫 보고를 받은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박 장관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해경이 여객선을 안전하게 구조했다는 보고였다. 그때서야 박 장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엔진 고장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하라’고 지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전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화재가 몇 건인 줄 아세요? 평균 134건입니다. 화재 등 전국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고는 제게 10분 안에 보고하는 게 안전처의 원칙입니다. 보고가 5분만 늦어도 직원들을 엄하게 나무랍니다. 사고 발생 초반에 제대로 대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정(情)”
한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메인 메뉴인 각종 전과 보리굴비가 노란색 강황찰밥과 함께 식탁에 올랐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박 장관의 권유로 메밀전부터 맛봤다. 기름기가 별로 없는 담백한 맛이었다.
음식이 나온 참에 화제를 돌려 박 장관의 학창 시절에 대해 물었다. “외아들인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방황을 좀 했죠.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진해해군사관학교였습니다.”
1974년 소위로 임관해 2008년 합동참모차장을 끝으로 전역한 박 장관의 군 생활은 어땠을까. “해군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뒤 대장까지 10년간 ‘별’을 달고 있는 동안 가족과는 단 하루도 같이 못 살았습니다. 해군 작전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하다 보니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이러다 이혼당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더군요. 다행히 집사람과 외동딸이 제 생활을 이해해줍니다. 오히려 집사람은 제가 이렇게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가정에서는 ‘0점’짜리 가장일 듯싶었다. “2014년 11월 장관에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21개월간 한 번도 집에서 자 본 적이 없어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비상대기용 숙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24시간 비상 대기를 하는 거죠. 장관 취임 후 3개월가량은 광화문 인근 원룸에서 살았습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청와대 쪽에서 비상대 藪?숙소를 제공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 개의 숙소를 달라고 했습니다. 저 말고도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과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도 숙소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박 장관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외부에서 저녁 약속을 잡은 적은 단 세 차례뿐이었다고 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두 차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과의 한 차례 약속이 전부다.
오랜 군 생활을 거쳐 부처 장관을 맡은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격이 궁금했다. “리더에게는 정(情)이 있어야 합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의리야말로 정이지요. 저는 정이 없는 사람은 상대도 안 합니다. 다만 정을 너무 확대하는 것은 문제예요. 정이 있되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부하 직원 인사를 할 때도 국민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만 고민합니다.”
◆“한 달에 책 16권 읽는 게 목표”
마지막 식사로 잡곡밥과 된장국이 나왔다. 한정식집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여러 반찬이 나오는 곳이 많은데 이 음식점은 적당히 먹을 만한 정도로만 밥과 반찬이 담겨 나온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어렸을 때 먹던 잡곡밥, 된장국과 맛이 똑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박 장관은 다독가(多讀家)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군에서 근무하면서 배를 탈 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한 달에 16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장관에 취임한 뒤 6개월가량은 업무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12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시경, 서경, 주역과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습니다. 지금은 공자가 지은 춘추시대 역사책 춘추를 해설한 《춘추좌전》을 읽고 있죠.”
304명의 사망자와 9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신설한 안전처는 이달로 출범 21개월을 맞았다. 안전처가 생긴 뒤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의 이 질문에 박 장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안전처에서 안전불감증은 금기어입니다. 이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안전에 대한 대책과 책임 소재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안전처가 출범한 이후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우려될 때 이제는 국민과 국회, 언론 등이 안전처에 대책 마련 등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지 않습니까. 안전 컨트롤타워 하면 안전처라는 인식이 정착됐다고 봅니다. 안전처의 구호는 ‘극진한 마음으로 국민만을 생각하자’입니다.”
'집밥' 맛보는 듯 정갈한 분위기…'보리굴비 정식' 주메뉴
박인용 장관의 단골집
해림원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해림원은 바다와 수풀을 음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의 전통 한식당이다. 청와대와 삼청동으로 방향이 갈리는 삼청로 길목에서 点뻔?길을 따라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한옥으로 지어진 건물 내부는 한국 민화와 전통 자수 등의 소품으로 꾸몄다. 테이블과 의자는 한옥에 어울리는 원목을 활용했다. 다채로운 요리와 찬으로 구성한 정식과 보리굴비 등을 주요 메뉴로 내놓고 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반찬이 계절마다 제각각 차려진다.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든다는 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김, 잡채, 젓갈, 멸치, 오징어포 등의 정갈한 반찬이 차려진 정식을 2만~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보리굴비 정식은 3만8000~4만5000원이다. (02)737-3330
긴급신고 전화번호 통합..."119,112,110 기억하세요"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1일부터 기관마다 제각각 운영하던 21개의 신고전화를 112(범죄), 119(재난), 110(민원상담) 3개 번호로 통합했다. 선진국에 비해 국민이 기억해야 하는 신고전화번호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기관별 전화번호를 몰라도 119, 112, 110으로 전화하면 긴급신고나 민원 상담을 할 수 있다. 오는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관련 기관끼리 신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현장 출동도 신속하게 이뤄지게 된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119(재난)가 아니라 112(범죄)로 신고해도 경찰 및 소방기관과 3자 통화가 연결돼 긴급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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