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시아 시대' 다져야 트럼피즘 파고 넘는다

입력 2016-08-11 18:26
보호무역 색채 강한 미국 대선 공약들
누가 당선되든 경제 타격 불가피
아시아 지역경제 결속 강화해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조정, 주한미군 철수 또는 방위분담금 재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기존의 한·미 질서를 근저에서 뒤흔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문제는 이런 주장에 적지 않은 미국인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을까.

1980년대 이후 금융자율화가 강조되면서 주요 기업 주식이 골드만삭스 및 리먼브러더스 등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IB)에 집중되고, 주요 기업의 경영권은 사실상 이들 투자은행에 포진한 소수의 대표 주주가 장악했다. 전문경영인이 주도하는 경영 시대로부터 전문경영인이 소수 대표주주의 지배를 받는 경영 시대로 바뀌었다. 경영환경이 변하면서 전문경영인들은 소수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펼쳤다. 수익성이 낮은 분야는 과감히 철폐·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菅??경영자원을 집중했다. 이렇게 미국 영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은 주주자본주의, 즉 ‘뉴 이코노미’를 강화했다. 비능률적인 저임금 노동자를 퇴출시키고 파생금융상품을 다양한 형태로 생산해 냈다.

또 정보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승자독식이 보편화하면서 경제적 부는 소수의 대주주와 고급 기술경영인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근로자는 중상층에서 중하층으로 몰락해 갔다. 이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중하층 그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지불능력을 잃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일련의 파생금융상품 붕괴를 초래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금융의 대량살포를 단행했다. 이런 노력에 의해 미국 경제는 회복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 이코노미의 전개과정에서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노동인력을 받아들이거나 저임금국의 낮은 임금을 활용한 부품류 등을 대량 수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소수의 고소득 그룹과 다수의 저소득 그룹으로 양분됐고 심각한 빈부격차가 구조화됐다.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시정하는 방법으로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는 소수 가진 계층의 부담을 늘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을 확충해야 한다고 외쳤다. 트럼프는 이민의 억제와 상대적 저임금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불균형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샌더스의 불균형 시정방법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상당 부분 채택됐기 때문에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통상질서의 특징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들은 시장이 큰 미국과의 통상을 확대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국제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한·중·일 등으로부터 질 좋은 공산품을 대량 수입, 물가 안정과 높은 후생수준을 실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경제에 의존적이지만 미국 경제와 아시아 경제란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아시아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식 억지를 막는 방법은 현재의 통상질서를 수정해 유럽연합(EU)처럼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내부 경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대립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경제를 강화해야만 경제적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역내국가가 주인공이 되는 아시아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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