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논란'] 누진제 논란에서 간과하고 있는 세가지

입력 2016-08-11 17:44
1인가구 부담 커지고 생산원가 오르고 전기수요 늘텐데…


[ 김재후 기자 ]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더라도 모두 요금 인하 혜택을 보진 않는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총량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누진제를 개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하된 요금만큼 부담을 대신 져야 한다는 의미다.

① 1인·저소득층 부담 커져

혹서기인 8월엔 주택용 전기요금의 6단계 가운데 4단계(월 301~400㎾h) 이상의 비중이 높아진다. 지난해에는 전체 2316만9000가구 가운데 4~6단계 가구 비중이 연평균이 29.5%였지만, 8월에는 43.5%로 뛰었다. 이 구간에 속하는 가계들의 부담은 누진제를 완화하면 줄어든다.

감소한 부분은 3단계 이하 가구가 메울 공산이 크다. 특히 전기를 적게 쓰는 1인가구나 저소득층이 많은 1단계(월 100㎾h 이하)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② 기업 생산원가 오를 수도

정부와 정치권이 저소득층 가구의 요금이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경우 전체 전기 소비량의 56.6%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손을 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생산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000?이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폭은 84.2%로 주택용(15.3%)보다 컸다. 기업 반발이 우려되는 이유다.

③ 모자란 전기 어디서 메우나

누진제 완화로 전기 수요가 늘어나면 전력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7차전력수급계획’을 통해 기존에 건설하기로 한 석탄화력발전소 4기 대신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 건설은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로 쉽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막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가 담당한 전기 공급 비중은 69.9%에 달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에서 전기를 수입할 수도 없는 ‘전력의 섬’과 같은 처지”라며 “태양광 풍력 지력 등 신재생에너지 얘기도 나오는데, 한국은 일조량과 입지 부족 등으로 이들 신재생에너지가 전력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