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석유화학산업, 미래 리스크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

입력 2016-08-11 16:35
수정 2016-08-11 16:52
LGERI 경영노트

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lim510@lgeri.com >


최근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상반기 실적도 좋고 하반기 전망도 양호한 업종이라는 발표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 탓에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대형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기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중장기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거시 환경 변수나 경쟁구도 변화를 볼 때 석유화학산업 경기를 예상보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수요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매년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장기 경제전망은 여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는 발표가 주를 이룬다. 이런 전망에 기반해 추정되는 중기 석유화학 수요도 양호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둘째,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리스크다.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의 저유가는 원?가격의 큰 하락 대비 최종 제품가격 하락은 제한적이어서 일단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고유가 환경으로 바뀔 경우 원가 부담은 높아지는 반면 석유 기반의 석유화학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은 가스 및 석탄 기반 기업 대비 원가경쟁력 약화로 이중고가 불가피하다. 현재 주요 유가 전망 기관들은 2020년 석유 가격을 배럴당 60에서 80달러 수준으로 전망하는데, 유가가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셋째, 중국시장의 자급화가 석유화학 전제품으로 확산되는데 그치지 않고 기능성 제품에도 중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능성제품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은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 금융기관을 통한 정부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지원, 잘 짜여진 산학협력 시스템 등을 통해 가속화하고 있다. 네 번째 리스크는 최근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석유화학 설비투자 검토 및 추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및 중앙아시아 등 천연가스 자원보유국과 일부 잉여자본이 충분한 석유 및 석유화학 기업이 개도국 수출시장을 타깃으로 투자를 검토,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는 계획 중 과반수 정도만 추진돼도 중장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섯 번째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원보유국이 천연가스나 원유로부터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의 상업화가 연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이런 리스크 요인이 석유화학산업 경기에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기업 스스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형 설비塚悶?보다 신중을 기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 제품 품질 고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현재 상황은 다른 장치산업 대비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우호적인 현 시점이 향후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위기를 준비할 수 있는 적기다.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에서 누군가는 사업의 객관적 상황과 리스크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공유하면서, 충분한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기업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lim510@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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