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오세영 KTH 사장 "홈쇼핑도 예능도 식상하면 망해…K쇼핑 성공 비결은 재미"

입력 2016-08-11 16:25
수정 2016-08-11 16:48
인터뷰

성악 전공한 예능PD 출신
30년 시청률 전쟁에서 체득한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늘 강조

T커머스'1등 지키기'자신만만
후발주자들과 ICT기술 큰 격차
경쟁 통해 시장 확대 효과도

'블루오션 산업' T커머스
콘텐츠·유통·방송 등 발전 이끌
미래 융합산업에 지원책 늘려야


[ 이정호 기자 ] “재미있는 홈쇼핑. 이것이 K쇼핑의 성공 비결입니다.”

오세영 KTH 사장(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KBS에 예능 프로듀서(PD)로 입사해 예능제작국 국장까지 올랐다. 책임프로듀서(CP) 시절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열린음악회’를 처음 선보이는 등 쇼 프로그램 전문 PD로 커리어를 쌓았다.

30년 가까이 ‘방송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체화한 건 피말리는 시청률 경쟁. 오 사장이 2014년 3월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을 강조하는 이유다. “어제와 똑같은 포맷의 방송을 제작하는 건 홈쇼핑 시청자에 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습니다. 재미없는 방송은 드라마든, 공연이든, 홈쇼핑이든 시뼈悶“?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2분기 T커머스 ‘K쇼핑’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나 뛰었습니다.

“국내에 홈쇼핑이 시작된 지는 이미 20년이 지났습니다. TV홈쇼핑이 주도했던 홈쇼핑 산업에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리 준비된 상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TV홈쇼핑과 달리 양방향의 T커머스는 내가 편한 시간에 리모컨 조작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골라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홈쇼핑의 주력 소비층인 40~60대 주부들이 이런 편리함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농수산 먹거리 중심의 ‘3촌 명품밥상’, 식품 및 생필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TV마트’ 등 차별화된 콘텐츠도 꾸준한 매출 신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체된 TV홈쇼핑 시장과 달리 T커머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T커머스는 방송뿐 아니라 방송 화면 옆에 뜨는 TV앱 영역을 통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군을 검색하고 이벤트 등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TV 홈쇼핑과 달리 능동적인 쇼핑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소비자의 시청 패턴, 구매 이력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습니다.

TV홈쇼핑과 비교해 아직 T커머스 시장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습니다. T커머스가 TV홈쇼핑의 위상을 위협한다기보다 홈쇼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홈쇼핑을 한 단계 업그레絹壤쳔객?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인터넷TV(IPTV)와 디지털 케이블의 확산과 맞물려 T커머스 시장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선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았는데요.

“모바일 쇼핑과 홈쇼핑은 주 고객층이 다릅니다. 상품 구성도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K쇼핑은 T커머스를 우선적으로 키워가면서 이를 모바일 쇼핑과 연동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KTH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페어링’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모바일로 쇼핑 콘텐츠를 검색하다가 이를 TV로 연동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모바일 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사내 모바일 전담 본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품소싱, 마케팅, 모바일앱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20~30대 취향에 맞추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볼 생각입니다.”

▷TV홈쇼핑 업체 등 T커머스 후발주자들을 따돌릴 전략은 무엇입니까.

“유통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니 걱정은 됩니다. 하지만 T커머스 시장 규모를 더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1등이 진정한 1등 아닐까요. KTH는 하이텔과 파란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축적해온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어차피 T커머스는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T커머스 관련 특허기술을 6개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들은 저희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고요. 유통사업 경험은 TV홈쇼핑에 비해 짧지만 이런 기술력의 차이가 1등인 KTH와 후발주자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겁니다.”

▷한국형 T커머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T커머스 사업의 전제 조건은 디지털TV 보급입니다.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동남아 지역에 많이 진출해있지만 현지 IPTV·디지털 케이블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T커머스 진출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에선 현지 회사와 함께 T커머스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형 T커머스는 국내 중소기업과의 동반 해외 진출이 가능한 한류(韓流) 수출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외 진출을 타진 중입니다.”

▷‘재미있는 홈쇼핑’을 강조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는 ‘개발자 입장에서 만들지 말고,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입니다. 홈쇼핑도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채널은 다른 곳으로 넘어갑니다. 현역 PD로 일할 때를 생각하면 매주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항상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청자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전 직원이 주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로점을 보면서 쇼핑을 하는 식의 아이템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T커머스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기존 홈쇼핑이 양방향의 T커머스로 발전할 것은 분명합니다. 애초 정부가 T커머스를 장려했던 이유는 쇼핑과 유통의 선진화, 방송산업 발전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T커머스를 모르는 일반인이 많습니다. T커머스 업체들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도 T커머스 관련 지원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T커머스는 콘텐츠, 유통, ICT, 방송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융합산업입니다. 글로벌 무대로 확대해나갈 수 있는 블루오션 산업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와 T커머스 발전·육성에 대한 체계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